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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국보' 선동렬 전 감독이 인정했던 최승용. 두산 베어스의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어내진 못했으나, 최고의 투구를 선보이며 '앞으로'를 기대할 수 있게 만들었다.
최승용은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KT 위즈와 와일드카드(WC) 2차전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4⅔이닝 동안 투구수 61구, 3피안타 무사사구 2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한 계단 높은 4위로 정규시즌을 마무리하며 1승의 어드벤티지를 안고 와일드카드를 시작한 두산은 전날(2일) '토종에이스' 곽빈이 1이닝 만에 4실점(4자책)을 기록하며 분위기를 빼앗기더니, 경기가 끝날 때까지 단 한 점도 뽑아내지 못한 결과 0-4로 무릎을 꿇었다. 이로 인해 두산이 보유한 1승 어드벤티지는 소멸됐고, 순식간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며 2차전 선발 최승용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이승엽 감독도 '총력전'을 선언했다. 2일 경기가 끝난 곽빈과 조던 발라조빅까지 모든 투수 자원을 대기시킬 뜻을 드러냈다. 사령탑은 3일 "내일이 없다. (최)승용이가 5~6이닝을 던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이렇게 집중력이 있는 경기에서는 체력 소모가 정규시즌과는 다르다. 긴 이닝보다는 한 이닝, 한 이닝을 던진다는 생각으로 전력으로 임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어제 불펜 소모가 많지 않아서 쓸 수 있는 불펜은 다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승용은 지난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20순위로 두산에 입단했다. '국보' 선동렬 감독이 불펜 피칭을 보더니 극찬을 쏟아낼 정도로 인정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정규시즌과 참 연이 없었다. 데뷔 첫 시즌 15경기에 나서 2홀드 평균자책점 3.93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듯했으나, 이듬해 48경기에서 3승 7패 5홀드 평균자책점 5.30에 그쳤다. 그리고 지난해 또한 34경기에서 3승 6패 1홀드 평균자책점 3.97로 선발과 불펜 그 어느 쪽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특히 올해는 부상으로 인해 지난 7월 하순에서야 1군 무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 가을무대에서 최승용을 향한 기대감은 매우 컸다. 정규시즌 막판이던 지난달 19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3실점(3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더니, 24일 NC 다이노스와 맞대결에서도 5이닝 2실점(2자책)으로 좋은 투구를 선보였던 까닭이다. 게다가 3일 경기 전까지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8경기 평균자책점 1.93으로 상당히 좋았다.
정규시즌에도 선발로 80구를 넘긴 적이 없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최승용의 투구는 분명 기대 이상이었다. 1회 선두타자 김민혁을 유격수 땅볼로 요리한 최승용은 후속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를 비디오판독 끝에 스리피트 수비 방해로 잡아내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았다. 이후 장성우에게 첫 피안타를 허용했으나, 이어 나온 강백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무실점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2회 오재일-오윤석-황재균을 삼자범퇴로 묶어내며 순항했다.
좋은 흐름은 이어졌다. 최승용은 3회 배정대를 삼진, 심우준을 유격수 땅볼, 김민혁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냈고, 4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로하스-장성우-강백호로 이어지는 KT의 핵심 타선을 완벽하게 요리하며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비록 5회를 매듭짓지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최승용의 투구는 빛났다. 선두타자 오재일을 2루수 땅볼 처리한 최승용은 오윤석에게 이날 두 번째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후속타자 황재균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는데, 이어 나온 배정대가 문제였다.
최승용은 배정대에게 유격수 방면에 타구를 유도하는데 성공했는데, 타구가 너무 깊은 코스로 향하면서 내야 안타로 연결되면서 1, 2루 위기 상황에 몰렸다. 여기서 두산 벤치가 움직임을 가져갔다. 이에 최승용은 이닝을 매듭짓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는데, 오히려 두산의 1루 관중석에서는 "최승용"의 이름을 연호하며 엄청난 함성을 쏟아냈다. 팬들이 느끼기에도 최고의 투구를 펼쳐줬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두산은 최승용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이영하가 심우준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2사 만루의 위기에 몰렸으나, 다시 한번 꺼내든 카드 이병헌이 대타 문상철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면서 무실점으로 이닝을 매듭지었고, 최승용도 4⅔이닝 무실점으로 올 시즌 첫 포스트시즌 등판을 마무리했다.
이날 투구로 최승용은 포스트시즌 통산 9경기 평균자책점 0.96을 기록하게 됐다. 비록 두산은 4위로 와일드카드에 진출해 사상 최초로 준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하게 됐지만, 최승용이라는 '빅게임 피처'를 발견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수확. '국보' 선동렬의 극찬이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줬다.
잠실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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