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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하기 싫다'는 생각도 있었다. 올해 너무 아쉬웠다"
롯데 자이언츠 고승민은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팀 간 시즌 15차전 홈 맞대결에 2루수, 3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4안타(1홈런) 3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 82타점으로 1999년 '탱크' 박정태가 보유하고 있던 구단 역대 2루수 최다 타점(83타점)에 바짝 다가선 고승민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다. 경기 시작부터 고승민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1회말 무사 1, 2루의 첫 번째 타석에서 NC 선발 임상현을 상대로 볼넷을 얻어낸 고승민은 나승엽의 안타에 홈까지 파고들며 득점을 수확,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두 번째 타석부터 방망이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3-1로 앞선 3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두 번째 타석에서 고승민은 1B-2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임상현의 5구째 146km 직구를 공략해 좌익수 방면에 안타를 뽑아내더니, 4-2로 추격을 당한 4회말 임상현의 초구 120km 커브가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몰리자, 거침없이 방망이를 내밀었다. 그 결과 167.3km의 속도로 뻗은 타구는 우측 담장을 넘어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시즌 13호 홈런. 그리고 이 홈런으로 고승민은 3타점을 수확, 박정태를 넘어서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고승민은 6회말 1사 1루의 세 번째 타석에서 NC의 바뀐 투수 전사민을 상대로 우익수 방면에 안타를 폭발시켰고, 8회말 마지막 타석에서는 전루건의 2구째 132km 슬라이더를 받아쳐 '3안타'를 완성, 롯데 구단 역대 2루수 최다 타점 경신, 3할 타율 복귀 등 수많은 것을 손에 넣으며 롯데의 13-6 승리의 선봉장에 섰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고승민은 '3할 타율을 복귀했다'는 말에 "코치님들께서 걱정을 많이 해주셨다. '3할 쳐야 된다'는 부담감을 주셨는데, 3할에 연연하지 않고 계속해서 경기에 나가서 많은 안타를 치면 내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 뿐이었다"며 '힛 포 더 사이클 이후 타격감이 떨어졌던 것 같다'는 말에 "맞다. 완전히 고꾸라졌다. 몸이 힘들어서 컨디션이 다운됐던 것 같다. 원래 내 사이클이 꾸준하지 않고 왔다갔다 하는 편인데, 더 내려가지 않게 잘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고승민은 롯데 유니폼의 선택을 받을 당시만 하더라도 2루수였다. 하지만 키가 큰 2루수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일까, 군 복무를 마친 이후 롯데는 고승민에게 외야와 1루의 역할을 맡기는 등 맞지 않은 옷을 입히려 애썼다. 이에 김태형 감독은 롯데의 지휘봉을 잡은 뒤 내야에 대한 고민을 거듭한 끝에 고승민을 다시 2루수로 기용하기로 결정했고, 그 결과가 롯데 구단 2루수 역대 최다 타점 경신으로 연결됐다. 그는 "아쉽기도, 힘들기도, 재밌기도 한 시즌이었다"고 올해를 돌아봤다.
특히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의 아쉬움이 컸다. 그는 "수원에서 광주로 이동하는데 포스트시즌 탈락이라고 했을 때 다른 선수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하기 싫다'는 생각도 있었다. 올해 너무 아쉬웠다. 그래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내가 중심으로서 잘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었다. 최근 몇 년 보다 올해가 더 아쉬움이 컸다. 우리팀 타선이 정말 좋은 타선이지 않나. 8명이나 100안타를 쳤는데, 아쉬움이 컸다. 그래도 고참 선배님들이 '각자 기록도 있고, 팬분들도 있으니 파이팅하자'고 해주셔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과는 아쉽지만, 그래도 내년에 대한 가능성은 충분히 본 시즌. 고승민도 이를 부정하진 않았다. 그는 "올해 스스로에 대한 점수는 매기지 못하겠다. 팬분들이 매겨주셔야 할 것 같다. 내겐 내년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팀적으로 내년에는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2루수 최다 타점 경신에 대해서는 "만족한다. 남은 경기에서의 기록은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매년 내가 기록을 경신하면 좋을 것 같다"고 웃었다.
나무랄 데 없는 한 시즌을 보냈지만, 최근 고승민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지난해와 올해 왼 엄지손가락 중위 지절 관절 인대 손상으로 인해 시즌이 끝난 뒤 10월 14일 안암 고대병원에서 수술을 받는다. 재활 기간은 3개월. 다행인 것은 2025시즌 스프링캠프 때 합류해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이 수술로 인해 프리미어12 예비 엔트리에 승선했지만, 최종 합류는 불가능하게 됐다.
고승민은 "지금 손가락에 인대가 없다. 끊어졌다. 칠 때는 괜찮은데, 헬멧을 못 집어 든다. 작년에 인대가 60% 정도 끊어졌었는데, 계속 참고하면서 상태가 완전히 악화됐다. 이렇게 하면 나만 손해라고 생각해서 수술을 받기로 했다. 예전에 손가락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부분 마취였다. 그런데 이번엔 수면 마취라고 하더라. 그래서 솔직히 무섭다"며 프리미어12 승선 불발에 대해선 "의사 선생님께서 바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 지금보다는 나중에 자리를 잡아서 인정을 받았을 때 대표팀으로 나가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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