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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BO리그에서 오래 뛰고 싶다.”
외국인선수들 사이에서 아시아리그의 서열은 확실하다. 일본, 한국, 대만 순이다. 우리나라도, 대만도 어느 정도 인정한다. 대만프로야구 중신 브라더스에서 작년부터 뛴 에릭 스타우트(31)도 KBO리그행을 원했다.
KIA가 에이스 제임스 네일을 갑작스럽게 턱 부상으로 잃을 때가 8월 말이었다. 마침 스타우트가 중신과 설정한 옵트아웃이 실행 가능한 시기였다. 스타우트는 KIA와 대체 외국인투수로 계약한 뒤 위와 같이 솔직하게 말했다. KBO리그에 관심이 많고, 오래 뛰고 싶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에서 남긴 스탯이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임팩트를 남긴 뒤 메이저리그 진입을 시도하는 게 현실과 꿈을 모두 쫓을 수 있는 방법이다. 오죽했으면 네일이 라커에 우연히 남긴 바지를 입고 투구할 생각까지 했을까. 믿거나 말거나지만, 스타우트는 네일의 좋은 기운(?을 받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인성이 좋아 보였다. 자신의 욕심을 드러내면서도 네일이 건강하게 복귀해 KIA가 가을야구에서 원하는 성적을 내면 좋겠다는 얘기를 꼭 하고 다녔다. 선수들과 상견례 할 때도 그 얘기부터 먼저 했다. 스타우트의 좋은 워크에식은 역시 좋은 워크에식으로 유명한 네일이 알아봤다. 네일은 재활하면서도 틈틈이 스타우트와 에릭 라우어의 성공을 위해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했다.
스타우트는 7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서 5이닝 6피안타 8탈삼진 3사사구 1실점으로 데뷔 첫 승을 챙겼다. 14일 광주 키움전서도 5⅓이닝 3피안타 6탈삼진 2사사구 1실점(비자책)으로 역시 잘 던졌다. 왼손타자 바깥으로 도망가는 스위퍼가 주무기다. 우타자 상대가 약간 힘겨워 보이는 부분은 있지만, 좌타자 요리를 확실하게 했다. 좌타자 피안타율 0.241로 준수하다.
그러나 스타우트는 1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서 1⅔이닝 4피안타 1볼넷 3실점으로 무너졌다. 그리고 이 경기를 끝으로 퇴단한다. 2회 정수빈 타석에서 투구 후 갑자기 다리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이미 2회 시작할 때 다리를 만지는 장면이 중계방송사 화면에 잡혔다. 검진결과 왼쪽 햄스트링 부분 손상. 21일 광주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1군에서 빠지며, 퇴단 절차를 밟는다.
어차피 다음주를 끝으로 KIA와의 계약이 끝나는 선수다. 8월15일 이후 영입했기 때문에 외국인투수 기용 규정상 한국시리즈에 뛰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해도 퇴단하는 과정이 씁쓸한 건 사실이다. KBO리그에서 뭔가 임팩트를 남기고 싶어하는 스타우트에겐 비극적인 결말이다.
4경기서 1승1패 평균자책점 5.06. 피안타율 0.262 WHIP 1.38. 대표성이 부족해 어떻다고 평가할 스탯이 아니다. 심지어 4경기 중 2경기 상대는 리그에서 강하지 않은 타선을 보유한 키움이었다. 이 정도의 기록으로 임팩트를 남겼다고 보긴 어렵다. 성적, 경쟁력보다 네일의 바지와 부상으로 마운드를 떠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스타우트가 내년에도 KBO리그에 올 수 있을까. 우선 본인이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내년에도 아시아에 도전한다면 KBO리그 구단들이 체크할 투수인 건 확실하다. 5경기서 수집한 데이터도 참고사항이 될 것이다. 스타우트의 KBO 드림이 언제 어떻게 실현될 것인지를 현 시점에선 알기 어렵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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