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내가 KIA에 있는 동안 왕조를 세우고 싶다.”
KIA 타이거즈 간판스타 김도영(21)은 지난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하고 위와 같이 말했다. 정규시즌 MVP와 40-40에 대한 욕심도 솔직하게 드러냈지만, KIA의 우승과 왕조에 대한 열망도 컸다.
김도영의 발언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KIA 유니폼을 입는 동안에는 계속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모든 팀이 우승 못지 않게 ‘지속 가능한 강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현실은 약 10년간 KBO리그에 왕조란 없었다.
삼성 라이온즈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통합 4연패를 차지했다. 삼성 왕조를 끝으로 왕조가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물론 두산이 2015~2016년 한국시리즈 2연패를 차지하긴 했다. 그리고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삼성도 못했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두산은 그 기간 통합 2연패를 한번도 하지 못했다. 두산의 통합우승은 2016년과 2019년, 딱 두 차례였다. 아무래도 연속 통합우승을 해야 누구에게나 왕조 얘기를 들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KBO리그에 2017년부터 작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연속 우승이 나오지 않았다.
2017년부터 한국시리즈 우승팀은 계속 바뀌었다. KIA를 시작으로 2018년 SK 와이번스, 2019년 두산, 2020년 NC 다이노스, 2021년 KT 위즈, 2022년 SSG 랜더스, 2023시즌 LG 트윈스까지. 올해 LG도 2년 연속 통합우승에 일단 실패했다.
최근 KT 이강철 감독은 “불펜의 연속성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달리 말해 불펜의 연속성을 지키는 게 어렵다고 했다. LG가 올해 작년보다 성적이 떨어진 건 결국 불펜이 작년만 못했기 때문이다. 장기레이스에선 선발 못지 않게 불펜이 중요하다. 따지고 보면 10년 전 삼성 왕조는 마무리 오승환을 축으로 안지만 정현욱 권오준 권혁 등이 수년간 정상급 기량을 유지했다.
불펜투수가 통상적으로 2~3년 이상 꾸준히 활약하는 게 정말 쉽지 않다. 체력소모가 많고, 분석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연속성이 가장 떨어지는 파트다. 계속 뉴 페이스를 발굴하기엔 한국야구의 투수 풀이 여의치 않은 측면도 있다.
그렇다고 압도적 선발진을 꾸준히 구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엔 FA들의 이적도 활발하다. 프랜차이즈 혹은 원 클럽맨의 낭만보다 현실적으로 금액이 우선이다. 한 팀이 오랫동안 좋은 전력을 유지하는 게 어렵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KIA도 과거 1980~1990년대 해태 왕조 시대를 살았다. 그러나 KIA로 간판을 바꿔 단 이후 왕조 구축을 못했다. 2009년과 2017년 통합우승을 했다. 하지만, 2010년과 2018년 성적 수직하락을 겪어야 했다. 선수들 개개인의 애버리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그에 대한 대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2017년 KIA는 베테랑 의존도가 높았다. 그러나 올해 KIA는 신구조화가 좋다. 베테랑 최형우 나성범 김선빈 김태군 양현종이 굳건하게 중심을 잡는다. 박찬호 최원준 이우성 임기영 전상현 장현식 등이 중간급으로 허리를 받친다. 정해영 김도영 변우혁 한준수 이의리 윤영철 등 저연차들도 성장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2010년대 삼성처럼 왕조로 가려면 배테랑 간판들을 대체할 선수들이 나와야 한다.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올해 통합우승할 경우 내년에 2연속 도전은 가능해 보인다. 위와 같이 신구조화가 좋아 갑자기 개개인의 애버리지가 떨어져도 보완할만한 뎁스를 갖췄다는 평가다.
FA 유출에 대비하고, 투수들 부상 관리만 잘 되면 당장 내년에도 우승후보 1순위다. 무엇보다 불펜 물량이 좋아서 내년에 힘이 확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 선발진에 황동하와 김도현의 발굴로 이의리와 윤영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 것도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분명한 건 KIA가 왕조로 가려면 김도영이 신진급에서 허리로 뻗어가야 할 수년간 좋은 성적을 내서 팀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최고참들이 나이를 더 먹고 기량이 떨어지면, 김도영이 완전한 간판이 돼야 한다. 김도영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선수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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