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국시리즈는 중간 투수들 싸움이지 않을까 싶다.”
KIA 179승 대투수 양현종이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정규시즌 우승 소감을 밝히다 대뜸 위와 같이 말했다. 구체적인 이유를 듣지 못했다. 그러나 KIA 마운드의 사정, KIA의 한국시리즈 파트너 후보들의 마운드 사정, KBO리그의 현실을 두루두루 감안할 때 상당히 날카로운 전망이다.
양현종은 우선 “올 시즌 중간투수들이 너무 고생했다. (황)동하와 (김)도현이가 잘 하고 있지만, 막판에 우리 팀이 뒤집을 수 있게 버텨준 중간투수들에게 고맙다. 어린 선수가 많은 데 중요한 경기서 최선을 다해 던지고 지켜내려고 하는 모습이 올 시즌 내내 있었다”라고 했다.
양현종의 말은 사실이다. 이의리가 4월 중순, 윌 크로우가 5월 중순에 각각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다. 황동하와 캠 알드레드로 빈 자리를 채웠지만, 톱니바퀴 돌아가듯 착착 돌아간 건 아니었다. 자리를 잡는데 시간이 걸렸다. 심지어 알드레드가 장, 단점이 확연하자 에릭 라우어로 교체하기도 했다.
그 사이 윤영철이 7월 중순, 제임스 네일이 갑작스러운 턱 부상으로 8월 말에 각각 이탈했다. 이때 김도현을 빠르게 선발로 돌렸고, 에릭 스타우트도 데려왔다. 그래도 선발진이 재정비되기까지 불펜투수들에게 부하가 많이 걸렸다. 5월 중순부터 전반기까지 불펜투수들의 성적이 떨어지면서 KIA의 위기도 시작됐다. 알고 보면 불펜의 균열은 선발의 구멍 때문이었다.
KIA는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지만, 선발진에 변수가 많다. 양현종 한 명만 확실한 카드다. 네일은 구단 예상보다 회복 속도가 빠르다. 이미 50m 스로잉을 소화하는 등 순조롭게 ITP를 이어간다. 윤영철은 척추 피로골절을 딛고 17일 퓨처스리그 롯데 자이언츠전(3이닝 3피안타 3탈삼진 1실점)에도 나갔다.
그러나 두 사림은 이미 1~2개월이란 공백기가 있다. 한국시리즈 직전 선발투수에게 필요한 빌드업을 마친다고 해도 경기력은 보장 못하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이들을 제외하면 라우어, 황동하, 김도현이다. 그나마 라우어가 근래 투구내용이 상당히 안정적인 건 고무적이다. 황동하와 김도현도 경험이 일천하다.
단기전은 정규시즌보다 흐름에 더욱 민감해진다. 선발투수 교체 타이밍이 더 빨라진다고 봐야 한다. 결국 불펜투수들의 물량공세가 불가피하다. KIA 마운드의 최대 강점이 불펜 물량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리그 최강 수준이다.
작년 메인 셋업맨 최지민이 부상과 부진으로 사실상 전반기 막판부터 빠졌다. 그래도 현재 메인 셋업맨 전상현과 장현식, 곽도규, 임기영이 마무리 정해영을 뒷받침한다. 이들이 확실한 필승조다. 여기에 이준영, 김대유 등이 지원한다. 결국 양현종은 선발이 다소 일찍 내려갈 경우 불펜들이 잘 버텨내느냐가 한국시리즈 우승의 키 포인트라고 본 것이다. 이범호 감독은 네일, 윤영철 등 돌아올 선수들은 다 돌아오게 하겠다고 했다. 현 시점에선 이들이 한국시리즈서 중간계투로 등장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KBO리그가 극심한 타고투저다. 물론 포스트시즌은 추격조의 의미가 없으니 투수전으로 다소 보정될 수는 있다. 그러나 상위권 팀들도 확실한 선발투수가 많지 않다. 그나마 데니 레예스, 코너 시볼드, 원태인으로 이어지는 삼성이 안정적이다. 결국 어느 순간 불펜 싸움이 될 수 있다.
양현종은 타이거즈 특유의 한국시리즈 저력을 믿는다. “한국시리즈를 할 때마다 부담이 있다. 선배님들이 올라가면 절대 지지 않는다는 부담 아닌 부담의 성적을 내줬다. 2009년 2017년 모두 부담감을 갖고 임했다. 다르게 생각하면 모든 기운이 저희에게 오지 않을까. 우승할 때 코치님 항상 그 시대 우승한 선배님이었다. ‘어차피 우승한다, 좋은 기운 온다’라고 확신했다. 올해도 기운 주시지 않을까”라고 했다. 단, 현재 1군 투수코치진 및 수석코치는 선수 시절 KIA에서 뛰지 않았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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