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감사한 마음이다.”
KIA 타이거즈 179승 대투수 양현종(36)은 17일 인천 SSG 랜더스전서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뒤 한참 동안 고마운 사람들을 언급했다. 진심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야구는 단체 스포츠이고, 어느 1~2명이 잘 한다고 우승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우선 양현종은 “이범호 감독님이 너무 존경스럽다. 배울 게 많은 분이다. 감사한 마음이다. 이범호 감독님은 선수 시절과 코치 시절까지 함께 했다. 올 시즌 시작이 어수선했지만, 항상 저한테 편하게 훈련에 임하라고 했고, 그라운드에선 하고 싶은대로 하라는 주문이 시즌 내내 있었다”라고 했다.
실제 이범호 감독은 KIA 선수들이 편하게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역량을 100% 이상 쏟아낼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오랫동안 봤던 KIA 선수들은 충분히 능력 있는 선수들이라고 믿었다. 단, 기본적인 플레이를 등한시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에겐 가차 없이 페널티를 가했다. 천하의 나성범과 김도영, 외국인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경기 중 교체를 피하지 못했다.
양현종과도 에피소드가 있었다. 8월9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서 승리요건에 아웃카운트 1개를 남기고 교체됐다. 이때 중계방송사 화면에 이범호 감독이 양현종에게 백허그를 하며 미안함을 표하는 모습이 그대로 잡혔다. 양현종이 섭섭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게 ‘킬포’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 미안함을 표하며 진심을 주고받았다.
물론 반전이 있었다. 양현종은 “초보 감독님이라서 그런지 당황할 정도로 표정 변화가 있었는데 선수들이 잘 뭉쳤다”라고 했다. 초보 감독임에도 덕아웃에서 표정 변화가 없다고 할 줄 알았지만, 솔직하게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양현종은 “이럴 때일수록 감독님이 첫 시즌인데 선수들이 잘 해야 감독님도 웃는 날이 있지 않을까 싶어 뭉쳤다”라고 했다.
양현종이 또 고마운 사람은 최고참 최형우(41)이다. 그는 “형우 형이 너무 감사하다. 최고참인데 어린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하더라. 그라운드에서만큼은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됐다. 고참들이 선수들을 잘 이끌면서 1위를 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불펜투수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개막 5선발 중 자신을 제외한 4명(윌 크로우~제임스 네일~이의리~윤영철)이 8월 말 네일을 끝으로 모두 이탈했다. 이 공백을 결국 다른 선발투수로 채웠지만, 불펜에 예상보다 큰 부하가 걸렸던 것도 사실이다.
양현종은 “선발도 중요하지만 올 시즌 중간투수들이 너무 고생했다. (황)동하와 (김)도현이가 잘 하고 있지만 막판에 우리 팀이 뒤집을 수 있게 버텨준 중간투수들이 고생했다. 어린 선수가 많은데 중요한 게임서 최선을 다해서 던지고 지켜내려고 하는 모습이 올 시즌 내내 있었다”라고 했다.
사실 KIA 선수들도 양현종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을 것이다. 양현종은 10시즌 170이닝을 예약했다. 현재 166.1이닝으로 리그 최다이닝 3위다. 국내투수들 중에선 최다이닝 1위. 선발투수의 이닝이팅은 불펜과 야수들의 에너지 안배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장기레이스에서 아주 중요한 덕목이다.
양현종은 3점대 평균자책점(4.06)이 깨진 상태다. 그래도 올 시즌 28경기서 11승4패 평균자책점 4.06으로 매우 좋은 성적이다. WHIP 1.26에 피안타율 0.256. 170이닝을 채우면 한국시리즈 1~2차전 선발등판 준비에 들어가게 된다.
인천=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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