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완전히 오버됐으면 3루로 갔을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 고승민은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팀 간 시즌 14차전 홈 맞대결에 2루수, 2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5안타(1홈런) 3타점 4득점으로 폭주했다.
그야말로 '원맨쇼' 활약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고승민은 1회 경기 시작부터 '롯데 킬러' 디트릭 엔스를 상대로 1B-1S에서 3구째 146km 직구를 공략해 중견수 방면에 안타를 터뜨리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 주말 한화 이글스전에서 3안타 6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아올랐던 좋은 기세를 이어가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고승민은 0-3으로 뒤진 3회말 1사 1루의 두 번째 타석에서 다시 한번 엔스와 격돌했고, 0B-1S에서 2구째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몰리는 120km 커브를 놓치지 않고 공략, 우중간을 가르는 1타점 3루타로 연결시켰다. 이어 후속타자 손호영의 유격수 땅볼에 홈을 밟으며 득점까지 손에 넣었다. 그리고 고승민은 5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엔스의 149km 몸쪽 높은 직구를 밀어쳐 이번에는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만들었고, 나승엽의 밀어내기 볼넷에 동점을 만들어냈다.
이떄까지만 하더라도 '힛 포 더 사이클'이라는 단어는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7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네 번째 타석에서 LG의 바뀐 투수 이종준을 상대로 0B-2S에서 3구째 커브를 힘껏 잡아당겨 우월솔로 홈런을 폭발시키면서 마침내 '진기록'에 성큼 다가섰다. 그리고 마지막 타석에서 마침내 기록이 탄생했다. 5-3으로 앞선 9회초 1사 3루에서 백승현의 포크볼을 받아친 결과 우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가 탄생했다.
이를 바탕으로 고승민은 KBO리그 역대 32번째, 정구선(1987)과 김응국(1996), 오윤석(2020)에 이어 롯데 구단 역대 4번째 '힛 포 더 사이클'을 완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롯데는 고승민의 원맨쇼 활약을 바탕으로 LG를 7-3으로 제압하면서 3연승을 질주했고, 포스트시즌 경쟁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경기가 끝난 뒤 고승민이 중계방송사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사이 롯데 선수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물폭탄 세례'를 통해 축하를 하기 위한 것. 방송사 인터뷰가 종료된 후 구장 수훈 인터뷰까지 마무리되자 '하이에나' 윤동희, 황성빈, 장두성, 나승엽 등이 쏟아져 나와 고승민에게 시원하게 물을 끼얹었다. 진기록을 만들어낸 만큼 고승민도 동료들의 축하를 겸허히(?) 받아들였다.
이날 고승민은 마지막 타석에서 2루타를 터뜨릴 때까지 정말로 '힛 포 더 사이클'을 의식하지 못했다고. 유재신 코치가 마지막 타석 직전 "2루에서 멈춰"라는 말을 해줄 때도 인식을 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고승민은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중간에 누군가가 말을 했었는데, 오늘 너무 더워서 그조차도 까먹었었다"며 "그래서(의식을 하지 않아서) 칠 수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에 몇 번 기회가 있었는데 의식을 하니까 안 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힛 포 더 사이클을 달성하고 동료들이 더 좋아하더라'는 말에 "처음에는 몰랐는데, 유재신 코치님께서 '2루에서 멈춰'라고 하시더라. 처음에는 타구가 잡힌 줄 알고 1루에서 멈추려고 했다. 그리고 2루에 갔는데, 계속 멈추라고 하더라. 공이 완전히 빠졌으면 3루까지 또 가야 하지 않나. 만약이 완전히 오버됐으면 나는 3루로 갔을 것 같다. 기록이 있다고 하더라도 3루로 향했을 것"이라고 기록을 크게 의식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이날 사직 롯데-LG전의 경우 '폭염'으로 인해 경기가 열리지 않을 뻔했다. 선수들도 경기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경기 개시 30분 전에야 들었다. 만약 경기가 취소됐다면 고승민의 힛 포 더 사이클링도 탄생하지 못할 뻔했다. 그는 "오늘 너무 더웠는데, 선배님들께서 '오늘 경기해야 한다. 하는게 우리한테 좋다. 우리도 덥지만, LG도 덥다. 해보자'고 해주신 선배님들 덕분에 젊은 선수들도 잘 따라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승민은 올해 롯데가 손에 넣은 최고의 수확 중 하나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워낙 뛰어난 타격 재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그동안 한 가지 포지션에 안착하지 못했다. 2루수로 입단했지만, 외야로 향했다가, 다시 1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올해 '주포지션'인 2루로 돌아가면서 완전히 주전 자리를 꿰찼다. FA(자유계약선수)를 통해 한화로 이적한 안치홍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올해도 줄곧 좋았던 것은 아니다.
7월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3할 이상이었던 타율이 0.293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물론 최근엔 다시 사이클이 돌아오면서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르는 중. 고승민은 타격감에 대한 물음에 "그만큼 너무 떨어졌었다. 그러나 다시 올라온 것 같다"며 '힘든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조금 쉬었다. 오히려 운동을 하면 체력이 떨어지니, 코치님들께서 쉬게 해주셨다. 타격코치 두 분께서 너무 축하를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코치님들 덕분에 타격감을 좋았고 유지할 수 있는데, 나보다 더 좋아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고승민은 "아직 실감이 안 난다. 말로만 듣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경기가 끝났으니 이제 남은 경기에 더 집중해야 한다. 많이 피곤하고 힘들지만, 모두가 똑같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젊은 선수들이 선배님들을 더 도와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처음 맞아본 물세례에 "기분이 좋다"고 활짝 웃었다. 고승민에게 잊을 수 없는 하루가 만들어졌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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