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찬호 형이 게임 끝나기 전부터 계속 눈물 날 것 같다고…”
KIA 타이거즈는 17일 인천 SSG 랜더스전서 0-2로 졌다. 이기고 당당히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를 완전히 소멸하고 싶었다. 그러나 잠실에서 2위 삼성 라이온즈가 두산 베어스에 4-8로 지는 걸 확인하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날 두 경기는 거의 비슷한 페이스로 진행됐다. 공교롭게도 1~2위 KIA와 삼성이 원정에서 모두 끌려갔다. 9회초 2사까지 놀랍게도 비슷한 속도였다. 4-8로 뒤진 삼성이 9회초 2사 1루서 김민수의 3루 땅볼이 나오면서 경기를 먼저 끝냈다. KIA의 정규시즌 우승이 확정된 순간.
이때 0-2로 뒤진 KIA는 2사 주자 없는 상황서 최형우가 2스트라이크를 당한 상태였다. 당연히 삼성 경기가 끝났으나 최형우의 타석은 이어졌다. 그런데 인천 SSG랜더스필드 3루 내야석의 KIA 팬들은 어디서 어떻게 확인했는지 이미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최형우가 볼넷을 골라내며 대주자 김규성으로 교체, 3루 덕아웃으로 걸어 들어오자 팬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후속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1루 땅볼로 물러나면서 0-2 패배.
그러나 이긴 SSG의 1루 내야석 홈팬들보다, 3루 내야석의 KIA 팬들의 환호가 훨씬 컸다. KIA는 SSG의 승리 하이파이브가 끝나자 그라운드로 나와 정규시즌 우승 세리머니를 실시했다. SSG가 먼저 기뻐하는 사이 정규시즌 우승 티셔츠를 입었고 모자도 썼다.
KIA로선 보통 이런 경기는 삼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폭염으로 클리닝타임을 무려 10분이나 실시했다. 이때 선수들도 코칭스태프도 라커룸으로 잠시 이동해 휴대폰 등으로 삼성의 상황을 충분히 체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김도영이 밝힌 클리닝타임 풍경은 차분했다. “형들은 정말 신경 쓰지 않았다. 경기 전부터 우리(KIA)만 이기면 되니 집중하자는 말이 오갔다"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KIA로선 경기가 안 풀렸다. 두산의 도움을 받았다.
김도영은 “경기후반에 두산-삼성전이 그런 상황이라는 걸 들었다. 두산 경기가 끝나니 형우 선배님(대주자 교체)을 전부 홈런 친 것 마냥 반겨 주시더라”고 했다. 아무래도 두산 경기가 먼저 끝났다는 소식은 KIA 덕아웃에도 실시간으로 전해졌던 모양이다.
여기서 ‘킬포’가 있다. 김도영에 따르면 이날 KIA가 7년만의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자 눈물을 흘린 사람은 박찬호 딱 한 명이다. 이건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없긴 하지만, 김도영이 정규시즌 우승 세리머니를 할 때 본 사람들 중에선 박찬호만 울었다고 한다.
김도영은 “찬호 형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게임 끝나기 전부터 저보고 막 ‘(도영아) 계속 눈물 날 것 같다. 나 눈물 나면 같이 울어주라’고 했다. 그런데 진짜 울더라. 와. 우승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본 사람 중에선 찬호 형만 울었다”라고 했다.
박찬호를 제외한 대부분 선배는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다고. 김도영은 “아직도 실감은 잘 안 나는데 형들 반응을 보니까 정규시즌 우승이 대단한 것이구나 싶다. 신기하기도 하고”라고 했다. 그 역시 비교적 차분하게 정규시즌 우승 세리머니를 했다.
김도영은 그저 선배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시즌 치르면서 힘들 때가 많았다. 스트레스를 받아 힘들었다. 압박감도 있었다. 1위의 무게가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우리팀이 강팀에 강하다. 베테랑 선배님들의 경험이 있다. 위기 때마다 선배님들이 편하게 해결해준 것으로 기억한다. 감사하다”라고 했다.
인천=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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