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수원 김진성 기자] “0-10으로 지는데 안타, 볼넷은 죄송하다.”
KIA 타이거즈 1루수 이우성(30)에겐 올해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이범호 감독이 직접 붙여준 ‘소리 없이 강한 남자’다. 1990년대 출시된 자동차 ‘레XX’를 예로 들며 ‘레XX가 좋다’라고 했다. 실제 KIA에서 화려하지 않아도 공수에서 팀에 필요한 역할을 안정적으로 잘 소화해낸다.
올 시즌 104경기서 377타수 113안타 타율 0.300 9홈런 54타점 55득점 7도루 장타율 0.416 출루율 0.369 득점권타율 0.282다. 김도영~최형우~나성범~김선빈으로 이어지는 3~6번 중심타선을 바로 뒤에서 받치며 빅이닝을 완성하거나 하위타선에 연결해준다.
수비는 1루와 외야를 오간다. 1루 수비에서 여전히 간혹 미숙한 모습이 나온다. 그러나 풀타임 1루수 첫 시즌인 걸 감안하면 크게 부족함 없는 실력이다. 덩치에 비해 순발력이 좋아 1루수비에 곧잘 적응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다 가끔 외야로 나가 팀의 야수 기용폭을 넓혀주니 이범호 감독의 시즌 운영에 큰 도움이 되는 선수다.
그런 이우성은 16일 수원 KT 위즈전서 대타 결승 투런포를 터트렸다. 4-5로 뒤진 8회초 무사 1루서 KT 우완 김민의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리자 좌측으로 대포를 생산했다. 무려 나성범 대신 나선 타석이었다. 영양가 만점의 한 방이었다.
정작 이우성은 미안함을 드러냈다. “팀의 중요한 안타 같은 게 (자신의 안 좋은 플레이들로)묻힌 적이 있었다. 그냥 막 0-10으로 지고 있는데 볼넷이나 안타로 나가는 건 팀에는 개인적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라고 했다.
스코어가 벌어져 승패가 갈린 상황서 소위 말하는 ‘스탯 관리용’ 타격에 미안함을 드러낸 것이다. 그렇다고 하기엔 득점권타율도 0.282로 준수하고, 도루도 7개로 적긴 해도 성공률은 87.5%로 높다. 또한, 요즘 야구는 계약상 개인기록에 따른 각종 옵션이 걸려 있는 경우가 많아서 스코어에 관계없이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우성이 굳이 미안할 이유는 없다. 충분히 팀 공헌도가 높다.
좀 더 정확한 의미는, 그만큼 야구가 어렵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우성은 “홈런에 대한 욕심은 없다. 아직도 타격이 완벽하지 않다. 야구가 정말 어렵다. 팀이 날 포기하지 않았다. 진짜 하루하루 잘 하고 싶은데 야구가 어렵다”라고 했다.
올해 KIA의 가장 큰 수확 중 하나가 앞으로 수년간 활약할 주전 1루수를 찾았다는 점이다. 꾸준함과 건실함이 최대 미덕이다. 이우성은 “야구를 하면서 우승을 한 번도 한 적 없다. 빨리 매직넘버 1을 지우고 내 야구인생 처음으로 우승을 해보고 싶다. 감독님이 소리 없이 강한 남자라고 신경을 써 주시고 라인업에 이름을 넣어주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라고 했다.
수원=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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