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자기주도 볼배합이 통했다.
KIA 타이거즈 외국인투수 에릭 라우어(29)가 KBO리그 5경기만에 처음으로 퀄리티스타트를 수립했다. 라우어는 5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서 6⅓이닝 5피안타 4탈삼진 1볼넷 3실점했다.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KIA 유니폼을 입고 가장 좋은 투구를 했다.
이날 등판이 지난 4경기와 달랐던 건 자기주도 볼배합이다. 경기를 중계한 SPOTV 김민수 캐스터와 이대형 해설위원은 라우어가 직접 볼배합을 주도한다고 소개했다. 실제 라우어가 피치컴 송신기를 착용하고 김태군에게 사인을 주는 모습이 보였다.
여전히 포심과 컷패스트볼 위주의 투구였다. 미국에서도 그랬고, 이걸 국내에서 뜯어고치긴 어렵다. 중요한 건 커맨드다. 지난 4경기서 라우어의 커터는 타자들에게 치기 좋은 높이에 수시로 들어갔다. 특히 체인지업이 눈에 띄지 않다 보니, 우타자에게 크게 고전했다.
그러나 이날은 그렇지 않았다. 우타자 위주의 라인업을 꾸린 한화 타선을 상대로 포심과 커터 조합으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시작과 함께 4회 2사까지 11타자 연속 범타 처리했다. 안치홍에게 내준 첫 안타(2루타)의 구종은 커브였다.
라우어는 커터를 우타자 몸쪽으로 던지다가도 마치 체인지업처럼 바깥쪽 궤적으로도 구사했다. 바깥쪽으로도 가라앉기도 했고 뜨기도 했다. 어떤 공은 슬라이더로 기록되기도 했다. 중요한 건 라우어가 직접 볼배합을 주도하면서, 밋밋하게 들어가는 공이 확연히 줄었다는 점이다.
라우어는 경기 중반에는 커브도 섞으며 좋은 경기운영능력을 보여줬다. 베테랑 김태군이 라우어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며 뒷받침한 것으로 보인다. 4회 좌익수 최형우의 포구 실책으로 1점을 내줬고, 7회 1사 1,2루 위기서 강판 된 뒤 불펜이 승계주자의 실점을 막지 못해 3실점하긴 했지만, 압도적인 투구였다.
자기주도 볼배합이 한 차례 통한 만큼, 다음 등판에도 그렇게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안 풀리면 다시 다른 방법을 찾아갈 것이고, 그렇게 KBO 적응과정을 밟으면 된다. 9월 한달간 KIA의 성적을 떠나 부지런히 국내 타자들을 경험하고 연구해야 한다. 라우어는 앞으로 3~4차례 더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라우어를 진짜 평가할 수 있는 무대는 결국 포스트시즌이다. KIA가 한국시리즈에 직행한다고 가정하면, 결국 3차전을 책임져야 한다. 제임스 네일이 최근 퇴원해 재활에 들어간 만큼, 1~2차전은 무조건 네일-양현종 혹은 양현종-네일이다. 이의리는 시즌 아웃이고, 윤영철의 행보는 불투명하다. 현실적으로 라우어 외에 한국시리즈 3선발을 맡을 투수가 마땅치 않다. 라우어가 살아야 KIA가 대권으로 가는 길이 수월해진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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