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팔이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롯데 자이언츠 나균안은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15차전 원정 맞대결에 앞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그리고 2이닝 동안 투구수 33구,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오랜만에 승리를 손에 넣었다.
나균안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포지션 전향의 성공사례. 포수로 2017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의 선택을 받았으나, 꽃을 피우하지 못하던 중 부상이 겹친 시기에 '투·타 겸업'을 시도했고, 방망이보다는 마운드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완전히 투수로 포지션을 전향했다.
지난 2021년 데뷔 첫 시즌 23경기에 등판해 1승 2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6.41의 성적을 남긴 나균안은 경험치가 쌓이면서 점점 좋아졌다. 2022시즌에는 39경기에 등판해 3승 8패 2홀드 평균자책점 3.98의 성적을 남겼고, 지난해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팀에 승선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6승 8패 평균자책점 3.80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지난해 나균안의 활약을 눈여겨 본 김태형 감독은 스프링캠프 초반부터 4선발로 낙점할 정도로 큰 기대감을 품었다. 그런데 스프링캠프에서 개인사로 인해 한차례 구설수에 오르더니, 마운드에서 제 기량을 뽐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25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선발 등판을 앞두고 술자리에 참석한 사진이 커뮤니티에 등장하면서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급기야 KIA전에서는 1⅔이닝 동안 7피안타(1피홈런) 6볼넷 2탈삼진 8실점(8자책)으로 크게 무너졌다.
당시 사직구장을 찾은 팬들은 부진한 투구 속에 마운드를 내려가는 나균안을 향해 야유를 쏟아냈고, 결국 이튿날 롯데 1군 엔트리에서 나균안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태형 감독은 "따로 이야기한 것은 없다. 구단 규정이 있더라. 구단 회의를 통해서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지 않나"라고 구단 자체 징계를 예고했고, 롯데는 징계위원회를 통해 나균안에게 30경기 출장 정지, 사회봉사활동 40시간의 징계를 부과했다.
30경기 출장 정지로 인해 2군 선수단과 함께 훈련을 할 수도 없었던 나균안은 어깨 치료를 받으며 자숙의 기간을 가졌고, 지난 8월 14일에서야 징계를 마치고 선수단에 합류했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U-18) 대표팀과 맞대결에 등판해 2이닝 동안 투구수 27구, 2피안타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김태형 감독은 "140km 중반의 공을 던지는데 써야 한다. 투수가 없지 않나"라며 확장엔트리가 실시되는 9월 나균안의 콜업을 예고, 67일 만에 1군의 부름을 받았다.
나균안은 콜업과 동시에 3-3으로 팽팽하게 맞선 11회말 1군 마운드에 섰다. 나균안은 첫 타자 양의지를 스트라이크 낫아웃 폭투로 출루시키며 이닝을 출발했지만, 양석환을 144km 직구로 삼진, 김재환을 3루수 파울플라이로 잡아내며 침착하게 아웃카운트를 쌓았다. 그리고 강승호의 맞대결. 나균안은 양의지의 대주자로 출전한 여동건에게 도루를 허용해 위기를 맞았고, 강승호에게 좌익수 방면에 안타를 맞았다.
이때 나균안의 조력자가 등장했다. 좌익수 전준우가 홈을 향해 힘껏 공을 뿌린 결과 끝내기 주자가 될 수 있는 여동건을 지워낸 것. 그리고 롯데가 12회초 공격에서 한 점을 뽑아낸 가운데 나균안은 12회말에도 마운드에 섰고, 이유찬과 홍성호, 정수빈으로 이어지는 타선을 돌려세우며 지난 6월 19일 KT 위즈전 이후 74일 만에 승리를 맛봤다. 두 달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최고 구속은 148km를 마크했고, '주무기' 스플리터(24구) 또한 여전했다.
롯데의 4연승 발판을 만들고 지켜내면서 7위 탈환의 선봉장에 섰지만,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나균안의 얼굴에서 웃음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나균안은 복귀전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팬 여러분들께 너무나 죄송스럽다. 팀원들에게도 미안하다. 내가 어떻게 야구장에서 해야 하는지를 징계를 받으면서 많이 반성했다. 느낀 것도 많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모습만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자기관리 실패가 불러일으킨 실수. 2군에서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마음으로 1군에 올라왔을까. 그는 "2군에서는 반성의 시간을 많이 가졌다. 어떻게 하면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생각도 하고, 훈련과 반성을 많이 했다"며 "감독님께서 지나가시면서 '이제 네가 야구장에서 팬분들께 보여줘야 한다. 잘 준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하셨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할 수 있게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오랜 공백기로 인해 실전감각이 떨어졌을 만했지만, 나균안은 최소 148km의 빠른 볼을 뿌리며 두산의 타선을 막아냈다. 나균안은 "실전 감각을 따질 여유도 없었다. 마운드에서는 어떻게든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 하나밖에 없었다"며 "몸 상태는 좋다. 내 몸 상태가 좋지 않아도 마운드에서 내 몫을 해야 되기에 그런 걸 따질 여유가 없다. 팔이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던지겠다. 오늘만큼은 절대 피해를 주지 말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나균안은 인터뷰 막바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야구장 안팎에서 공인이라는 인식과 경각심을 갖고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을 매일 했다. 징계를 받는 동안 야구장에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고, 내가 야구선수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게 팬분들이라는 것에서 반성을 했다"며 "내 불찰이 크다. 팀이 힘들 때 옆에서 힘이 돼야 하는데, 나로 인해서 팀 분위기와 성적까지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는 내가 못 뛰었던 시간만큼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잠실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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