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다섯 번의 삼진을 당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가장 마지막 순간에 정훈(롯데 자이언츠)의 한 방이 빛났다. 롯데가 파죽의 4연승을 질주하며 SSG 랜더스를 8위로 끌어내리고 7위로 올라섰다. 반면 두산 베어스는 일요일 14연패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5위 KT 위즈와 격차가 1경기로 좁혀졌다.
롯데는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15차전 원정 맞대결에서 연장 12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4-3으로 승리했다.
▲ 선발 라인업
롯데 : 윤동희(중견수)-고승민(2루수)-손호영(3루수)-빅터 레이예스(우익수)-전준우(좌익수)-나승엽(1루수)-정훈(지명타자)-박승욱(유격수)-손성빈(포수), 선발 투수 박세웅.
두산 : 정수빈(중견수)-허경민(3루수)-제러드 영(좌익수)-양의지(포수)-양석환(1루수)-김재환(지명타자)-강승호(2루수)-이유찬(유격수)-조수행(우익수), 선발 투수 조던 발라조빅.
최근 좋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롯데가 이틀 연속 경기 초반의 흐름을 장악했다. 롯데는 1회초 선두타자 윤동희가 두산 선발 조던 발라조빅과 6구 승부 끝에 147km 직구를 공략해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터뜨리며 기회를 잡았다. 이후 손호영의 몸에 맞는 볼로 만들어진 1, 2루 찬스에서 전날부터 타격감이 다시 좋아지고 있는 레이예스가 발라조빅의 2구째 135km 슬라이더를 공략해 2타점 2루타를 폭발시키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이틀 연속 레이예스의 방망이에서 나온 선취점.
그런데 경기 도중 좋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1회초 발라조빅이 던진 149km 직구에 오른쪽 손등을 맞았으나, 주자로서 플레이를 이어갔던 손호영이 결국 1회말 수비에 앞서 노진혁으로 교체된 것. 롯데 관계자는 "현재 아이싱 중이고 경기 종료 후 병원 검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1일 경기 전까지 78경기에 출전해 102안타 17홈런 67타점 59득점 7도루 타율 0.339 OPS 0.969로 롯데 공격력의 핵심 역할을 하던 중이었던 만큼 치명타가 아닐 수 없었다.
1회 경기 이후 흐름은 팽팽했다. 두산 선발 발라조빅은 2회 2사 1루와 3회 1사 1, 2루의 위기 상황을 무실점으로 극복하는 등 4회에는 150km-151km-151km의 직구를 위닝샷으로 구사해 정훈-박승욱-손성빈을 상대로 'KKK' 이닝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직전 등판에서 투구 내용이 눈에 띄게 좋아진 '안경에이스' 박세웅은 3회까지 두산 타선을 퍼펙트로 틀어막았고, 3회에는 정수빈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한 뒤 양의지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며 잠깐 흔들렸으나 실점 없는 탄탄한 투구를 거듭했다.
이승엽 감독은 전날(31일)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총력전'을 선언했다. 선수 개개인의 기록보다는 팀 승리를 위한 선수단 운용을 가져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 이에 이승엽 감독은 발라조빅이 5회초 선두타자 윤동희에게 안타를 맞는 등 1사 2루의 위기에 몰리자, 이병헌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이 선택은 먹혀들지 않았다. 2루 주자였던 윤동희가 기다렸다는 듯이 3루 베이스를 훔치는 등 2사 3루에서 다시 한번 '해결사' 레이예스가 적시타를 터뜨리면서 3-0까지 간격이 벌어졌다.
4회 큰 위기를 넘긴 박세웅의 역투는 계속됐다. 타선이 5회초 한 점을 보태주자, 5회말 선두타자 김재환에게 볼넷을 내주며 이닝을 출발했음에도 이유찬을 124km 커브, 조수행을 130km 포크볼로 연속 삼진 처리하는 등 5이닝 무실점 투구로 승리 요건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정수빈-허경민-제러드 영으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을 삼자범퇴로 요리하며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완성했다. 이에 3루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은 "박세웅"의 이름을 연호했다.
박세웅의 투구수에 여유가 있었지만 교체를 선택한 롯데. 이 기회를 두산이 제대로 살렸다. 두산은 롯데의 바뀐 투수 한현희를 상대로 선두타자 양의지가 볼넷을 얻어내더니, 양석환이 안타를 뽑아내며 무사 1, 2루 찬스를 잡았다. 그리고 롯데 포수 손성빈의 견제 실책까지 연달아 발생하면서 만들어진 1사 1, 3루에서 강승호가 다시 한번 바뀐 투수 구승민을 상대로 좌익수 방면에 적시타를 터뜨리며 고삐를 당겼다. 흐름을 타기 시작한 두산은 내친김에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두산은 이어지는 1사 1, 2루에서 이유찬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으나, 대타 김기연이 볼넷으로 출루하며 만들어진 만루 찬스에서 정수빈이 1B-1S에서 구승민의 3구째 146km 직구를 공략해 두 명의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3-3으로 균형을 맞췄다. 다만 두산은 2사 1, 3루의 기회를 이어갔으나, 역전 찬스에서 허경민이 3루수 땅볼에 그치면서 균형을 맞추는 것에만 만족해야 했고 8회말 무사 1, 2루 찬스에서도 점수를 뽑지 못하면서 양 팀은 결국 연장에서 승부를 가리게 됐다.
먼저 기회를 잡은 것은 롯데였다. 롯데는 연장 10회초 선두타자 노진혁이 두산 '마무리' 김택연을 상대로 3구째 137km 포크볼을 받아쳐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터뜨리며 물꼬를 튼 후 황성빈이 번트 안타에 이어 2루 베이스까지 훔치면서 무사 2, 3루 기회가 만들어졌다. 이때 김택연이 기어를 올리며 전준우를 151km 직구로 삼진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두산은 나승엽을 자동 고의4구로 내보내며 만루책을 펼친 결과 김택연이 정훈을 삼진으로 묶은 뒤 박승욱의 잘 맞은 타구는 중견수 정수빈이 슈퍼 다이빙캐치로 잡아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김택연이 2⅓이닝을 막아낸 것과 마찬가지로 롯데 또한 연장 10회말 김원중이 모습을 드러내 좌익수 전준우의 호수비 도움을 받으면서 2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경기는 11회로 향했다. 이후 두산 양의지가 낫아웃 폭투로 출루한 뒤 대주자 여동건이 2루 베이스를 훔치면서 득점권 찬스가 마련됐다. 이때 롯데 바뀐 투수 나균안을 상대로 강승호가 좌익수 방면에 안타를 뽑아냈으나, 여동건이 홈에서 아웃되면서 승부는 12회로 이어졌다.
마지막에 웃는 것은 롯데였다. 롯데는 연장 12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전준우가 이날 첫 안타를 쳐낸 뒤 나승엽이 연속 안타를 뽑아내며 마지막 1, 3루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이날 단 한 개의 안타도 생산하지 못하는 등 '5삼진'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정훈이 두산의 바뀐 투수 박치국을 상대로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4-3으로 리드를 되찾았다. 그리고 11회에 등판했던 나균안이 12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4연승을 질주했다.
잠실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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