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후, 할 수 있다!”
“아니 이게 뭐 그렇게 대단한 거라고… 그런 다짐까지 하지 않아도 돼요.”
요즘 기타 레슨을 시작하면서 나와 기타 선생님이 주고받는 말이다.
가을 완곡을 목표로 나는 영화 <머니볼> OST ‘더 쇼’를 연습 중이다. 최근엔 레슨을 시작하면서 이 곡부터 치고 본다. 사실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초반부터 이 곡을 치고 있는데, 1년 반이 다 되도록 같은 곡을 치면서도 칠 때마다 잘 안 되는 부분이 계속 새로 튀어나온다.
매일 아무리 바빠도 짧게는 하루 15분, 길게는 30~40분 연습한다. 그런데도 늘 새롭다. 실수도 계속 나온다. 그러니 연주를 앞두고 자못 거창한 다짐을 반복한다.
지난 레슨 때 기타 소리를 ‘약하게’ ‘작게’ 내라는 선생님 주문에 나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꼭 지난 레슨이 아니어도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시도할 때 한번에 성공한 적은 없다. 그때마다 “왜 안 되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 일단 호기롭게 외친다. “연습해 올게요!”
한 주 동안 약하게, 작게 소리를 내려고 틈틈이 연습했지만, 그나마 괜찮던 오른손 스트로크까지 시쳇말로 뚝딱거렸다. 다운 스트로크에서는 지나치게 손목을 돌리고 업 스트로크는 허공을 헤맸다. 오른손을 지나치게 의식하게 된 탓이다. 오른손에 힘을 빼야 하는데, 무심결에 왼손이 같이 힘이 빠지기도 했다. 약간의 짜증을 넘어 지쳐갈 때쯤 “할 수 있어!”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할 수 있다”는 평소에도 내가 일이 힘에 부칠 때 종종 하는 말이다. 말이라도 그렇게 함으로써 스스로에게 힘을 불어넣고 싶다.
본업인 1인출판사 ‘도도서가’를 하다 보면 나는 틈틈이 챙겨야 할 게 많아서다. 편집을 하다가도 기획을 해야 하고, 이 원고를 보다가도 저 원고를 봐야 한다. 일은 해도 해도 줄지 않는 것 같고, 끝도 보이지 않는다. 이것저것 처리하다 보면 정작 오늘 해야 할 중요한 업무를 까먹고 멍하게 있는 순간도 있다. 다시 정신을 차려보면 눈앞에 해야 할 일들에 막막해진다.
그러나 오로지 한 권의 책을 완성하는 일에도 오롯이 정성을 들여야 한다. 수많은 과정을 거치면서 특히나 요즘처럼 더울 땐 원고와 지난한 싸움에서 기력이 달릴 때가 많다. 급기야 인내의 한계치까지 도달한 느낌이 들어 ‘이래서 마감을 어떻게 하나… 마감을 하긴 하나…’ 싶을 정도다. 그럴 때 “그래, 해보지 뭐. 할 수 있어!”라고 외치면 신기하게도 힘이 난다.
지금 기타를 배우며 내게 필요한 것도 이 “할 수 있다”는 말이겠다.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지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이제 뭐 하나 좀 되나 보다 싶다가도 실수를 연발하고, 그 틈에도 새로운 리듬이나 주법을 배워야 하니 말이다.
십수 년 넘게 한 책 만드는 일도 버겁고 실수할 때가 많은데, 이제 막 1년 반 넘게 배운 기타에서 실수하는 것쯤이야. 지치려 할 때마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조금씩 나아가면 된다.
기타선생님이 타박하면 또 다른 말로 응수해야지. “그래도 할 수 있어!”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이지혜 기자 ima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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