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교사 김혜인] 이번 주말에는 아이와 뭘 하지?
아이가 어린이집도 안 가고 병원 치료도 없는 주말이면 하루가 너무나 길다. 매일 아이와 무엇을 하고 어디를 갈지 찾아보며 주말을 계획한다.
최근 아이가 만화 <뽀롱뽀롱 뽀로로>의 캐릭터 이름을 익힌 김에 이번에는 뽀로로를 테마로 꾸며 놓은 놀이시설에 가기로 했다. 낮잠 투정이 심한 아이를 차에서 재우며 이동했다. 금방 도착했지만 아이가 낮잠을 충분히 자고 일어나도록 놀이시설 주차장에서 한참 기다렸다. 실컷 자고 일어난 아이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다행이라 여기며 놀이시설에 들어갔다.
자주 다니던 키즈카페보다 넓고 분위기가 조금 달라서인지 아이는 신중하게 놀이시설을 탐색했다. 그런데 10분 정도 지나자 갑자기 내 가방을 뒤지며 간식을 꺼냈다. 먹는 공간이 따로 있어 테이블에 가서 먹어야 한다고 아이에게 말했는데 기분이 크게 상한 듯했다.
그때부터 분노발작이 시작됐다. 남편과 내가 번갈아 가며 달래다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그대로 두어 보기도 했지만 아이는 진정되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발버둥 치는 아이를 둘러업고 놀이시설에서 나왔다. 아이가 좋아할 만한 활동을 찾고 계획한 시간, 아이가 깰 때까지 차에서 기다리던 노력, 놀이시설의 비싼 입장료, 무엇 하나 보람 없이 반나절이 지나가 버렸다. 진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돌아와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면서도 새롭게 힘을 내기가 어려웠다.
아이는 늘 먹는 문제로 나를 괴롭게 했다. 모유나 분유를 먹일 때도 어려웠지만 이유식을 시작하자 본격적인 고생길이 열렸다. 이유식도 잘 안 먹고 유아식은 더 안 먹었다. 시판 음식도, 엄마표 요리도 거부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피검사에서도 철분과 단백질이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편식이 심하고 고기를 싫어하는 아이가 잘 먹도록 소고기 핏물을 빼고 여러 재료를 잘게 다져서 볶음밥을 했지만 역시 먹지 않았다. 돈과 시간, 노력을 들인 음식을 고스란히 쓰레기통으로 버리며, 여러 가지로 보람이 없는 하루라고 생각했다.
시무룩하게 앉아 있는데 남편이 아이에게 ‘예쁜 짓’을 시킨다. “엄마 예쁘다 해봐” “엄마 사랑해 해봐” 그럼 아이가 내 머리를 쓰다듬고, 두 팔을 들어 손을 제 머리에 얹는다. 뭐가 좋은지 콩콩콩 위로 뛰듯이 달려가며 까르르 웃는다. 굳은 마음을 무장 해제하는 저 귀여운 얼굴.
사실 요즘 나는 아이를 보며 “예쁘다” “귀엽다” 소리를 입에 달고 산다. 어설펐던 아기 얼굴이 이제는 제법 야물어서 동그랗고 앙증맞은 눈, 코, 입이 어찌나 예쁜지! “너 얼굴만 믿고 이러는 거야?” 나는 웃으며 아이에게 뽀뽀한다. 아이와 이불을 뒤집어쓰고 인디언 소리를 내며 놀다가, 잡기 놀이를 한다. 간지럼을 태우고 배에 입바람도 불며 웃다가 아이도 나도 녹초가 된다.
아이를 재우며 나도 옆에 누울 때면 하루 동안 누적된 피로와 비로소 쉰다는 기쁨이 뒤섞여 “으아” 소리가 절로 나온다. 아이가 옆에서 이리저리 뒹굴며 옹알이하는 소리를 듣다 보면 또 웃음이 난다. 한동안 옹알이를 하던 아이는 꼭 내 몸 어딘가에 자기 발바닥을 대고 있다가 어느새 잠이 든다. 참 행복하고 더 바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막 깊은 잠에 빠진 아이는 내가 볼을 이리저리 만져도 깨지 않고 쌔근거린다. 그런 아이를 쳐다보며 남편과 나는 서로에게 묻는다. “원래 자기 아이는 이렇게 예쁜가?”
발달이 순조롭지 않은 아이를 키우는 일상은 꽤 고되지만, 아이가 주는 행복이 결코 덜하지 않다. 무척 고되고 행복한 일상. 아이를 키우는 이 세상 모든 부모가 그런 하루를 보내겠지.
|김혜인. 중견 교사이자 초보 엄마. 느린 아이와 느긋하게 살기로 했습니다.
교사 김혜인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