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한때 온 나라를 발칵 뒤집었던 '불륜남 이태오'의 이름을 달고,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고 목청껏 외치던 배우 박해준. 그런 그가 지금은 가족을 위해 어려움 앞에서도 우직하게 버텨내는 '관식'을 연기하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속 박해준의 모습은,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찌질하다"며 손가락질받던 이태오의 그것과는 정반대다.
얼핏 보기엔 무뚝뚝하고 말수 적은 장정이지만, 사랑 앞에서 만큼은 누구보다 뜨거운 심장을 가진 인물. 관식은 마치 거센 파도를 이겨내며 말 한마디로 가족을 일으켜 세우는, 이 시대 ‘아버지상’의 전형을 보여준다. 어떤 날은 끼니조차 챙기기 힘들어도, 애순(문소리)을 향한 애틋한 눈빛만은 멈추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묵직한 울림이 전해진다.
재미있는 건,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남아 있는 박해준의 대표작이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라는 사실이다. 당시 그는 가정이 있음에도 내연녀를 사랑하는, 그래서 시청자들의 분노를 제대로 일깨운 ‘이태오’를 사실감 넘치게 그려냈다. 이른바 “사빠죄아”로 불리는,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는 대사가 곧잘 회자되며, 한동안 보는 이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기도 했다.
그러나 배우 박해준은 주저하지 않고 반대편으로 뛰어들었다. 불륜의 중심이었던 그가, 이제는 “금명아~”라고 자식을 부르며 묵묵히 땀 흘리는 관식이 되었다. 딱딱한 현실을 뚫고서 가족을 품어주는 모습이, 어느새 우리 부모님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 시절엔 모두 이런 마음이었겠지.” 하고.
어쩌면 그래서 더 짜릿하다. 한 배우의 연기 폭이 이렇게나 넓었나 싶을 만큼, ‘폭싹 속았수다’에서의 박해준은 전혀 다른 얼굴로 관객을 맞이한다. 우습게도 아직은 이태오와 관식을 한 프레임에 두기 어색하지만, 그 ‘어색함’이 오히려 박해준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불륜남에서 순애남으로, 찌질함에서 따뜻함으로.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볼 만한 여정이 펼쳐지고 있다.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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