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부산고법 "불법 쟁의행위 따른 손해배상 책임 없어" 결론
재계 "불법 쟁의행위에 면죄부…다양한 쟁의행위 조장 우려"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최근 법원이 노사관계 관련 소송에서 잇따라 노조 측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리자, 국내 기업들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1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부산고등법원 민사6부(재판장 박운삼)는 현대자동차가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및 지회 노조원들에 대해 불법 쟁의행위로 비롯된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현대차 측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가 지난 2012년 8월 사내하청 비정규직 근로자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울산공장 의장라인 등을 멈춰 세웠으나, 해당 기간 초래된 매출 감소 및 고정비용 손실 등 회사 측 손해에 대해 배상 책임이 없다고 본 것이다.
이에 재계는 "노조 측 손을 들어준 부산고법의 이번 판결은 불법 쟁의행위로 입은 기업의 피해 회복을 명시한 기존 법리와 배치되는 것"이라며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노조 측 책임을 인정한 1심과 2심 판단과 달리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파업 후 추가 생산을 통해 부족 생산량이 만회됐다'는 노조 측의 주장을 수용했다.
재계는 이러한 노조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는 데다가, 추가 생산을 통해 부족분이 만회됐는지의 여부도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결정으로 재판부가 민법의 기본 원칙을 도외시했다는 지적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이번 판결을 두고 법원이 증거나 사실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채증법칙'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재판부는 불법 쟁의행위가 일어났던 2012년 8월에는 당초 계획 생산량보다 1만2700대가 적게 생산됐지만, 연간 계획 생산량 기준 3300대가 더 생산됐다며 파업 이후 추가 생산이 이뤄진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매년 초 세우는 '계획 생산량'은 미확정 단순 목표치에 불과하며, 시장 상황에 따라 매월 탄력적으로 운영되는 실제 '운영계획' 상으로는 2012년 연간 목표 대비 1만6150대가 적게 생산됐다는 점을 적극 입증했다.
심지어 피고 측 증인도 실제 운영계획은 계획생산량 대비 수정된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불법 쟁의행위로 인한 부족 생산량이 모두 만회됐다고 결론지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파기환송심 판결은 법리를 오해하고 채증법칙을 위반해가며 생산시설 점거와 같은 불법 쟁의행위에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며 향후 다양한 불법 변칙 쟁의행위를 조장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부산고법 판결에 앞서 이뤄진 대법원 통상임금 판례 변경에 따른 후폭풍도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을 정하는 기준에서 '고정성'을 폐기했다. 소정근로 제공에 대한 대가로 지급받는 정기성과 일률성이 있는 임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하면서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했다.
일한 대가로 조건 없이 지급되는 고정성이 있어야 통상임금이라는 2013년 판례를 11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통상임금은 다양한 수당 등을 산정하는 기준이다. 때문에 통상임금으로 인정받는 임금이 늘어나면 이에 연동되는 수당도 증가해 노동자에게는 유리해지는 반면, 기업에는 인건비 증가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은 노조에 유리한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심지원 기자 s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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