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야구는 확률싸움이다.”
삼성 라이온즈는 분명 가을비에 의한 데미지를 받았다. 한국시리즈 1차전이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되기 전까지, 1-0으로 리드를 잡았다. 심지어 6회초 무사 1,2루 추가점 찬스가 있었다. 완전히 한국시리즈 초반 흐름을 장악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
그러나 가을비로 이틀만에 재개된 1차전서,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었다. 애당초 박진만 감독은, 비 내리던 21일 해당 상황서 김영웅(21)에게 강공을 지시했다. 장현식이 흔들렸고, 초구에 볼을 던졌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이틀이 지나자 박진만 감독은 변심했다. KIA가 투수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걸 감안했을 것이다. 실제로 KIA 메인 셋업맨 전상현을 만났다. 박진만 감독은 김영웅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그런데 김영웅의 희생번트가 너무 약했다. KIA 포수 김태군이 어렵지 않게 집어 들었다.
KIA는 100% 수비까진 아니어도, 어느 정도 희생번트 가능성에 대비했다. 타구를 김태군이 워낙 여유 있게 잡으면서, 3루수 김도영이 베이스 커버를 하기 위해 뒷걸음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2루 주자 르윈 디아즈가 3루를 향해 달려갔지만, 김태군은 김도영에게 공을 던져 귀중한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한국시리즈 1차전을 넘어 2차전까지 관통하는 장면이었다. KIA는 이후 전상현이 2사 만루 위기를 넘기면서 실점하지 않았다. 그리고 7회말에 대거 4득점하며 승부를 갈랐다. 여기서 완전히 분위기를 장악했다. KIA는 2차전 1회말에 5득점하며 다시 기세를 올린 끝에 8-3으로 낙승했다. 삼성의 1차전 6회초 공격이 무산되자 한국시리즈 공기 자체가 삼성에서 KIA로 확 넘어갔다.
김영웅은 올해 정규시즌에 단 1개의 희생번트만 성공했다. 구단이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아주 매력적인 왼손 거포다. 프리미어12 대표팀 훈련명단에도 들어갈 정도다. 삼성의 간판스타가 될 자질을 넘어 한국야구의 젊은 아이콘이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박진만 감독은 확률을 감안해 김영웅에게 번트를 지시했지만, 김영웅은 확실히 번트가 익숙지 않아 보였다. 결과론이지만, 박진만 감독이 김영웅에게 강공으로 밀어붙였다면 어땠을지 궁금하다. 21일 첫 번째, 두 번째 타석에서 모두 삼진을 당했던 것도 사실이다. 경기 재개 후에도 강공을 했다면 병살타나 삼진이 나올 수도 있었다. 아마 이런 상황까지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거기서 한 방이 나오면 완전히 KIA의 기를 꺾을 수 있었다. 올 시즌 전상현과 김영웅의 맞대결은 전무했다. 강공을 했다면 결과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박진만 감독의 변심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박진만 감독은 “야구는 확률 싸움이다. 번트를 잘 대서 주자를 2,3루에 놓으면 안타 없이도 추가점이 날 수도 있었다. 작전이 실패했지만 확률로 가야 한다. 실패해서 추가점을 못 낸 게 아쉽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장)현식이가 있을 때 강공이 났다. (김영웅의)희생번트가 올 시즌 1개더라. 번트 자세가 나오면 대주고 1점을 주는 야구를 하려고 했다. 번트를 안 하면 1점도 안 주는 야구를 하자고 했다. 번트가 나왔는데 아웃카운트를 잘 잡아서 그 위기를 끊을 수 있었다. 상대가 번트를 할지 칠지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우리에게 운이 왔다”라고 했다.
3루수 김도영은 “100% 수비는 아니었다. 쉴 때 준비를 하면서부터 그런 상황에 맞춰 훈련했다. 줄 점수는 주자고 생각했다. 운 좋게 3루에서 준비했던 야구가 나왔다”라고 했다. 결국 KIA는 상대의 강공과 번트에 모두 대비했고, 위기를 넘겼다. 삼성도 나름대로 계획이 있었지만,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대가가 한국시리즈 2연패로 이어졌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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