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박기덕 사장 22일 코리아나호텔서 기자회견
"영풍·MBK 지분 5.34% 확보, 사기적 부정거래"
국민연금 설득? "판단은 국민연금 몫, 믿고 기다리겠다"
"시장교란, 법적 절차 강구해 책임 물을 것"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경영권 방어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풍·MBK파트너스 경영권 분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과 계획 등을 공유하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영풍 측이 제기한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재차 기각한 데 대해 고려아연 인수 시도의 부당성을 강조한 것이다.
박 사장은 영풍·MBK 연합이 지난달 공개매수와 동시에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금지를 구하는 1차 가처분을 제기한 뒤 갑자기 이를 취하하고 동일한 내용의 가처분을 다시 제기해 심문 기일을 지연시켰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사장은 "영풍·MBK가 '고려아연 주식이 주당 66만원이면 충분한 프리미엄 가격'이라고 근거 없이 호언장담하며 증액은 없다고 시장을 기망했지만 곧바로 75만원으로 증액하고 공개매수 마지막 날 장 마감 직전 스스로 '고가 매입 배임'이라며 비난하던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가격과 동일한 83만원으로 증액했다"고도 지적했다.
박 사장은 "주식시장에서는 목적을 가지고 고의로 유포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온갖 마타도어(흑색선전)가 난무했고 고려아연의 주가는 널뛰기 그 자체였다"며 "이는 주가조작, 사기적 부정거래 등 시장 질서 교란이 규명되면 영풍·MBK의 공개매수는 적법성과 유효성에 중대한 법적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사장은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을 경영할 의지도 전문성도 없다고 꼬집었다. 박 사장은 "MBK는 오로지 거대 자본만을 무기로 상대방을 기습적으로 밀어붙여 돈이 되는 회사를 헐값에 약탈하는 기업사냥꾼일 뿐"이라며 "고려아연의 사업과 가치를 분석하거나 평가하고 논할 전문성도 능력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MBK에게 수조원 가치의 고려아연 지분을 자산으로 가진 영풍의 시가총액이 7000억원이 안 된다는 사실과 그 이유를 파악할 능력이 있다면 견실하게 잘 운영되고 있는 초우량기업인 고려아연을 공격할 것이 아닌 기업가치를 높이고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그들의 논리대로 영풍의 기업가치를 높이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모습을 증명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 사장은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는 원천 무효라고 생각한다며 수사의뢰와 명확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 사장은 영풍·MBK의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5.34%를 확보한 후 의결권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와 관련 "의결권의 적법성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수치상 영풍·MBK가 우위에 있는 것은 맞지만 모두 과반수 이상을 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18%를 차지하는 우호지분 중 1%만 이탈해도 경영권 방어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질문에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주주와 법인 이탈은 없을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과거 주주 총회 결과를 보면 유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 7.83%를 보유해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국민연금 결정과 관련 "최근 국정감사에서 회사의 장기적 성장과 수익성 제고 등의 관점에서 판단하겠다고 했으니 믿고 기다리겠다"면서도 "국민연금의 판단은 국민연금이 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박 사장은 일각에서 이번 자사주 매입 과정에서 차입금 탓에 재무구조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각에 대해 "경영학 교과서에도 나오듯이 이번 차입금으로 야기된 부채비율 100%도 우량한 수준이고 이전에는 고려아연은 개별 재무제표상 20%대의 부채를 유지했다"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황도 아니고 여전히 고려아연은 초우랑기업으로 우리의 재무구조가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사장은 현재 고려아연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한화, 현대차그룹, LG화학 등의 입장 변화에 대해서는 "각 법인의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서 "참고로 올해 초 정기주총에서 모두 우리 안건에 동의해주셨다. 그 의견에 변화가 없다고 믿고 있다"고 답했다.
고려아연 측은 23일 자사주 공개매수가 끝난 이후 지분 현황을 파악하고 추가 지분 확보 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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