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건호 기자] "기운이 있나 보다."
KT 위즈는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2로 승리했다.
SSG 랜더스와의 정규시즌 5위 결정전,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모두 승리하며 분위기를 탄 KT의 기세를 LG도 막지 못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확률은 87.9%다. 총 33번 중 29번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다. 5판 3선승제만 따졌을 때도 15차례 중 11번 진출에 성공, 73.3%의 높은 확률을 기록하고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때 불펜 등판한 뒤 하루 휴식 후 선발 투수로 나온 고영표의 투혼이 빛났다. 고영표는 4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하루 휴식 후 올라왔다고는 상상할 수 없던 투구였다. 3회까지 단 한 명도 누상에 내보내지 않으며 퍼펙트 투구를 했다. 2-0으로 앞선 4회말 1사 후 신민재와 오스틴 딘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실점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추가 실점 없이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불펜진도 끝까지 리드를 지켰다. 김민수는 2이닝 1피안타 1사사구 2탈삼진 1실점을 마크했다. 이후 손동현과 소형준이 실점 없이 각각 1이닝씩 책임졌고 9회말 마운드에 오른 '클로저' 박영현이 1점 차 격차를 유지하며 경기를 끝냈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강철 감독은 "정말 필요한 점수를 뽑고 안 뽑는 것 같다. 신기하다. 우리 팀의 패턴대로 야구한 것 같다"며 "고영표가 2회 끝나고 물어봤더니 6회까지 던질 수 있다고 하더라. 4회 때 살짝 힘이 빠졌는데, (김)현수를 잘 막아줬다"고 말했다.
8회말 구원 등판한 소형준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사령탑은 "9회도 살짝 고민을 했다. 하지만 순리대로 가자 했다. 9회에 쓰면 다 칠 수도 있다고 봤다. 박영현은 많이 던져야 볼이 좋더라. 끊어가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며 "소형준은 하루 던지면 이틀 쉬어야 한다. 1점 차에 확실한 카드 아니면 안 쓰려고 했는데, 영표가 4회에 내려가서 8회에 올라갈 투수가 비었는데, 제일 강한 타선이어서 형준이를 냈다. 잘 막았다"고 전했다.
7회말 등판한 손동현은 단 세 개의 공으로 3개의 아웃카운트를 모두 잡았다. 포스트시즌 역사상 최초로 3구 3아웃에 성공했다. 다음 이닝도 충분히 올라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은 "뒤에 나갈 투수가 있었기 때문에 내리는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타선에서는 이강철 감독의 선택이 통했다. 좌완 투수 디트릭 엔스를 생각해 5번 타자 1루수로 문상철을 투입했는데, 선취 2점 홈런을 터뜨렸다. 9번 타자 심우준은 중요한 순간 1타점 적시 2루타를 기록하며 KT의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 전에 타격 코치가 감이 좋다고 했다. 설마 했는데, 홈런을 때려서 분위기를 잘 가져온 것 같다. LG가 1점 따라왔을 때도 곧바로 추가 점수를 뽑은 것이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위기도 있었다. 6회말 1사 주자 1, 3루 상황에서 1루 주자 신민재가 도루를 시도했다. 장성우는 2루로 공을 뿌렸다. 당초 계획이었다면, 유격수 심우준이 중간에서 커트한 뒤 홈으로 쇄도하는 3루 주자 홍창기를 잡기 위해 송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장성우의 송구 실책이 나왔다. 2루 베이스 커버를 아무도 들어가지 않은 상황에서 2루로 공을 뿌렸다. 결국 홍창기가 득점, 신민재는 3루까지 갔다.
3-2, 1점 차에 1사 3루가 됐다. 하지만 김민수가 흔들리지 않고 리드를 지켰다. 문보경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오지환을 2루수 땅볼로 잡았다.
사령탑은 "실책이 나왔을 때 분위기를 완전히 줬다고 봤다. 하지만 점수를 안 주길래 기운이 있다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3이닝을 깔끔하게 간 것 같다"며 "내일 준비 잘하겠다"고 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잠실=김건호 기자 rjsgh2233@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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