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숙제가 너무 많아요.”
지난 레슨을 마무리하며 기타 선생님과 함께 미진한 부분을 짚어보던 중 내 입에서 나온 말이다. 기타를 배운 지 2년이 다 되어가건만 아직까지 내겐 기타 연습이 숙제 같아서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시간이 없어 못 한다’고 하는데, 나는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후로 좀 더 부지런해져야 했다. 하루 24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본업을 다하며 기타 연습까지 하자니 자연히 그렇게 됐다.
상세하게는 바로 매일 기타 연습을 해야 한다. 다음 과정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 숙제가 필수다.
나는 고정적인 기타 연습 시간을 일과에 할애했다. 1인 출판사 ‘도도서가’의 루틴은 보통 오전에는 각종 메일을 회신하고, 행정 업무를 처리한다. 오후에는 본업인 원고를 집중해 보는데 기타 연습은 바로 이 중간에 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몇 주는 신간 <마음 단련> 프로모션을 위해 외근이 많았던 터라 이 시간조차 내기도 힘들었다.
일이 많으니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 변명을 해보지만, 그럴수록 못내 마음이 무거웠다. 오늘도 연습을 제대로 못 했다는 생각에 잠자리에 들면서도 편치 않았다. 마치 숙제를 다 마치지 못한 학생의 마음 같았다고나 할까.
학창 시절 나는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학생은 아니었어도 숙제는 잘 해가는 편이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초등학교 시절 숙제가 너무 많다며 운 적도 있다. 방학 때 탐구생활도 꼬박꼬박 했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을 때 오는 심리적 불편을 잘 견디지 못하는 탓이다.
숙제 할 시간은 없는데, 매주 숙제가 늘어난다. 좀처럼 늘지 않는 실력 탓에 연습 시간을 늘려도 모자랄 판에 시간 자체를 빼기 어려우니 속은 타들어간다. 오늘 왜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쓰지 못했을까, 그러면 연습 시간을 낼 수 있었을 텐데 하며 자책하는 일도 생긴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늦은 밤 왼손 코드라도 몇 번 잡아보았다. 무의식 중에 올라온 오른손을 다시 내려놓으며 (늦은 밤 기타 소리로 이웃을 깨울 순 없으니) 아직도 한번에 잡지 못하는 왼손 코드 연습에 집중했다.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기타 선생님은 “숙제라고 생각하지 말고, 즐겨요” 했다. 아… 기타 연습을 해야 할 의무가 아닌 즐길 수 있는 날은 언제쯤 올까.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이지혜 기자 ima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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