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박)찬호 형이 눈물 날 것 같다고. 진짜 울더라.”
KIA 타이거즈 김도영은 지난 17일 정규시즌 우승 세리머니 직후 위와 같이 말했다. 자신이 본 선수들 중에선 박찬호(29)만 울었다고 폭로(?)했다. 사실 대부분 선수에게 ‘진정한’ 우승은 역시 한국시리즈다. 정규시즌 우승에 감격해 우는 선수를 그렇게 자주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박찬호라면 울어도 된다. 울만한 자격이 있는 선수다. 장충고를 졸업하고 2014년 2차 5라운드 50순위로 입단했다. 워낙 수비력이 빼어나 입단 첫 시즌부터 곧바로 1군의 맛을 봤다. 2015년과 2016년엔 각각 65경기씩 뛰었다. 1~2군, 내야 전 포지션을 오갔다.
김기태 전 감독은 특히 박찬호를 아꼈다. 수비력과 주력을 갖췄으니 타석에서 꾸준히 경험치를 부여하면 무조건 잠재력을 터트릴 것이라고 믿고 썼다. 사실 타격과 체력이 고민이었다. 날렵하지만, 체격이 작았다. 살이 안 찌는 체질이었다. 타격도 오랫동안 발전이 더뎌 고생했다.
그래도 현역 시절 타격으로 한 획을 그은 김기태 전 감독, 맷 윌리엄스 전 감독은 박찬호에게 엄청난 기회를 부여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19년부터 꾸준히 130경기 이상 나가는 주축이 됐다. 안치홍(한화 이글스)이 FA를 통해 롯데 자이언츠로 떠나면서 김선빈이 유격수에서 2루수로 이동했고, 박찬호가 마침내 풀타임 주전 유격수가 됐다.
그리고 작년엔 생애 처음으로 유격수 부문 수비왕에 선정됐다. 김종국 전 감독 시절이던 2022년부터 타격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약점이던 변화구 대처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왼 어깨가 일찍 열리지 않고 벽을 만들면서 공을 충분히 보고 때린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애버리지가 올랐다. 작년에는 생애 첫 규정타석 3할(0.301)을 쳤다. 단, 시즌 막판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다 다치면서 마무리가 아쉬웠다. 골든글러브가 가능한 공수 지표를 남겼지만, 오지환(LG 트윈스)이란 벽에 가려 ‘멋진 2인자’에 만족해야 했다.
올 시즌에는 2년 연속 3할에 도전한다. 19일까지 129경기서 타율 0.305 4홈런 57타점 OPS 0.744. 커리어하이다. 21개의 실책으로 작년 15개보다 다소 많긴 하다. 그래도 1083.1이닝으로 유격수 최다이닝 1위다. 수비범위가 워낙 넓다 보니 안타가 될 타구가 실책이 된 케이스가 제법 된다.
그런 박찬호는 지난 5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 직후 타격에 대한 고민, 우승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두루두루 얘기했다. OPS 시대인데 자신은 장타자가 아니니 불리하다는 얘기, 무조건 우승해야 한다는 얘기, 2017년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현역으로 군 복무 중이라서 보지도 못해 아쉬웠다는 얘기 등등을 했다.
특히 하필 군 복무 시기에 팀이 우승해 영광을 누리지 못한 아쉬움이 꽤 있어 보였다. 지난 2월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 때 자신이 안 뛰어도 팀이 우승하면 좋겠다고 한 이유였다. 사실 이건 말이 안 되고, 박찬호가 공수겸장 유격수로 제 몫을 해야 팀이 우승할 수 있다. 실제로 박찬호가 커리어하이를 또 한번 쓰면서, 팀의 정규시즌 우승에 크게 공헌했다.
이 정도의 스토리, 피와 땀이 있으면 정규시즌 우승에도 울어도 되지 않을까. 프로 입단 3년밖에 안 된 김도영도 고생이 많지만, 박찬호 정도는 아니다. 물론 진짜 결실은 1개월 앞으로 다가온 한국시리즈다. 1개월 뒤 KIA가 진짜 결실을 맺으면, 그때 박찬호는 정말 마음 놓고 울어도 된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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