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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앞으로 점점 좋아질 거예요.”
지난달 잠시 경기장에서 만난 KIA 타이거즈 박기남 수비코치는 미소를 지으며 위와 같이 얘기했다. 김도영이 이 어려움을 넘기면 분명히 좋은 수비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IA 내부의 시선은 확고하다. 김도영이 구단을 넘어 KBO 초특급 공수겸장 3루수가 될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는다.
김도영은 올해 타격에서 센세이션한 시즌을 보낸다. 그러나 수비에선 1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까지 30개의 실책을 범했다. 올해 리그 최다실책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수치를 떠나 김도영의 수비는 분명히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좋은 어깨를 갖고 있지만, 포구가 여전히 약점이다. 한국시리즈를 앞둔 KIA 수비의 은근한 걱정인 것도 사실이다.
KIA가 그래도 큰 걱정을 하지 않는 건 김도영의 마인드와 자세 때문이다. 항상 수비에 진심이다. 실제 경기 전 박기남 코치의 도움으로 핸들링을 하는 연습을 꾸준히 한다. 체력관리를 위해 훈련량을 많이 줄였지만, 그것만큼은 빼놓지 않고 하는 듯하다.
이런 노력이 결국 언젠가 빛을 볼 것이라는 생각이다. 타격 포텐셜을 3년만에 터트렸지만, 수비의 발전 속도는 조금 늦을 수도 있다. 역사를 돌아봐도 젊은 강타자들이 수비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가 많다.
이범호 감독도 그랬다. 2004년에 무려 30개의 실책을 범했다. 당시 133경기서 타율 0.308 23홈런 74타점을 기록, 입단 5년만에 본격적으로 타격에서 본 궤도에 올랐다. 그러나 당시 유승안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은 이범호 감독을 주로 유격수로 기용했다.
그렇게 수비에서 방황하는 한 시즌을 보낸 뒤, 본격적으로 공수겸장 3루수의 길을 밟았다. 2005년 당장 실책이 15개로 확 줄더니, 이후 은퇴할 때까지 한번도 15실책 이상 범하지 않았다. 이범호 감독은 시대를 풍미한 클러치히터였지만, 수비력이 매우 안정적인 공수겸장 3루수였다.
현재 KBO 리빙 레전드 공수겸장 3루수, 최정(SSG 랜더스)도 그랬다. 한 시즌 최다실책이 2013년 19개일 정도로 수비를 잘 하는 3루수다. 어느덧 30대 후반이지만, 최정의 수비력은 여전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범호 감독도, 최정도 과거 엄청난 노력과 훈련량으로 수비력을 끌어올렸다는 후문이다.
이범호 감독은 결국 수비는 계속 해봐야 실력이 향상된다며, 올 시즌 김도영이 많은 실책을 범하면서 느끼는 게 있을 것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이를테면 경험이 쌓이면 타자의 타구 성향과 데이터가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들어오고, 굳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한발 앞으로 들어오거나 뒤로 물러나는 등 미묘한 변화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자신도 그렇게 했으니 김도영이라고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이다.
김도영의 타격과 주루만 보면 확실히 남다르다. 이질감이 들 정도로 놀랍다. 그래서 수비에서의 고민을 보면 오히려 인간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김도영은 알고 보면 겨우 3년차 내야수이며, 풀타임 3루수 첫 시즌이다. 성장통을 겪는 게 자연스러운 시기다. 김도영의 수비를 긴 호흡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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