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때의 경험이, 마음을 독하게 먹게 된 계기가 됐다.”
KIA 타이거즈의 7년만의 정규시즌 우승에 불펜투수들이 큰 힘이 됐다. 이의리와 윌 크로우가 4~5월에 잇따라 이탈하면서 불펜진에 과부하가 조금씩 시작됐다. 결국 6~7월에 불펜진의 각종 수치가 뚝 떨어지면서 팀이 위기에 몰렸던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전천후 사이드암 임기영이 시즌 초반부터 내복사근 부상으로 2개월간 빠졌다. 마무리 정해영은 6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어깨 통증으로 이탈했다. 최지민은 피로누적과 부진으로 전반기 막판부터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서 묵묵히 제 몫을 해낸 투수가 우완 전상현(28)이다. 사실 전상현도 시즌 초반 부진했다. 3~4월 16경기서 2승2패7홀드 평균자책점 5.65, 5월 10경기서 1패2세이브 평균자책점 6.00, 6월 11경기서 1패 5홀드 평균자책점 5.23이었다.
불펜투수들의 특성상 1경기만 실점을 많이 해도 각종 수치가 확 악화된다. 전반기에 전상현은 잘 던지다가 갑자기 2~3경기 연속 흔들리는 패턴이었다. 그래도 5월부터 비교적 안정적인 페이스였다. 7월 이후부터는 어쩌다 실점하는 경기도 확 줄었다. 특히 7월 8경기서 2승1패4세이브 평균자책점 3.60, 8월 13경기서 2승1패1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0.57이었다.
이 시기에 눈에 띄는 게 두 가지 있다. 갑자기 포심 평균구속이 140km대 초반에서 140km대 중반으로 확 올라갔다. 그리고 포크볼 구사율도 올라갔다. 포크볼 피안타율이 단 0.162다. 슬라이더도 0.227로 좋은데 포크볼은 더 좋다. 포심도 피안타율 0.255로 준수하다.
익스텐션이 길어 스피드보다 체감 구위가 좋은 스타일이다. 여기에 포크볼을 조금 가다듬어 더욱 날카로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해영이 빠졌을 때 최지민도 부진했다. 결과론이지만 여름에 전상현마저 무너졌다면 KIA 불펜이 와르르 무너졌을 수 있었다. 그럴 경우 LG 트윈스나 삼성 라이온즈에 선두를 내줬을 수도 있었다. 당시엔 LG와 격차가 크지 않았다. 6월엔 잠시 LG에 1위를 빼앗기기도 했다.
불펜투수들 중에서도 가장 팀 공헌도가 높은, 올해 KIA의 7년만의 정규시즌 우승의 언성히어로다. 지난 1~2년간 어깨와 팔꿈치 이슈가 있었다. 그러나 올해 전상현은 건강하게 시즌을 보낸다. 이것도 KIA로선 큰 힘이 됐다.
전상현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뒤 구단을 통해 “아직 한국시리즈가 남긴 했지만 정규시즌 우승을 데뷔하고 처음 해보는 것이라 그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올 시즌 불펜투수로 시작해서 중간에 마무리 역할도 잠깐 했고, 중간투수로 돌아왔지만 그게 힘들진 않았다”라고 했다.
계속해서 전상현은 “다만 시즌 초반 안 좋은 모습을 보여서 팀 승리를 지키지 못했던 것이 조금 마음에 걸렸다. 그때 조금 잘 막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그때의 경험이 올 시즌 더 마음을 독하게 먹게 된 계기가 됐다. 시즌은 길기 때문에 마운드에서 어떻게든 만회해 팀 승리에 도움이 되자는 생각뿐이었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소화한 것도 나에게 큰 경험이 됐다”라고 했다.
전상현은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을 꿈꾼다. “초중고 시절 우승을 경험해 봤지만 프로에서 우승은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다. 그래서 시즌을 치르며 순위표를 볼 때마다 신기했고 여기서 만족할 게 아니라 꼭 한국시리즈에서도 우승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끝으로 전상현은 “초반에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기술적인 부분과 멘탈적인 부분에서 정재훈, 이동걸 투수코치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감독님도 끝까지 나를 믿고 기용해 주셨다.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한 시즌을 끝까지 소화할 수 있게 컨디션 관리를 잘 해준 트레이너 파트에도 감사드린다”라고 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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