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시즌이 끝나고 쉬어도 늦지 않다"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은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팀 간 시즌 14차전 홈 맞대결에 좌익수,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이날 황성빈의 경기 초반 흐름은 썩 좋지 않았다. 첫 번째 타석에서 LG '에이스' 디트릭 엔스를 상대로 삼진, 두 번째 타석에서 2루수 뜬공, 세 번째 타석에서도 투수 땅볼로 물러나며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그리고 선발 엔스가 강판된 뒤였던 6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도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경기 막판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고승민 못지 않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롯데가 4-3으로 근소하게 앞선 8회말 1사 2루. 반드시 달아나야 할 상황에서 황성빈이 LG의 바뀐 투수 백승현을 상대로 2B-1S에서 '세이프티 번트'를 시도했다. 그 결과 절묘하게 흐른 타구가 투수와 1루수 사이로 굴렀고, 황성빈의 엄청난 스프린트를 의식한 투수 백승현이 1루에 악송구를 범했다. 황성빈의 번트에 2루 주자였던 박승욱은 넉넉하게 홈을 파고들었고, 황성빈은 내친김에 3루까지 내달렸다.
폭발적인 스피드로 단숨에 경기의 흐름을 롯데 쪽으로 가져온 황성빈은 후속타자 고승민의 2루타에 홈을 밟았고, 기세를 탄 롯데는 이어지는 찬스에서 빅터 레이예스가 한 점을 더 보태는 등 7-3까지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그리고 9회초 '장발클로저' 김원중이 실점 없이 경기를 매듭지으면서 롯데는 3연승을 내달렸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황성빈은 "1사였기 때문에 내가 아웃되더라도 (고)승민이가 쳤을 것"이라며 "(고)승민이가 타점을 많이 먹는 것에 대해서 앞에 나간 주자들 덕분이라는 인터뷰를 봤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걸 불러들인 승민이가 더 잘할 것 같다. 오늘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다"고 승리의 공을 KBO리그 역대 32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한 고승민에게 돌렸다.
번트 상황을 돌아봤을 때 어떻게 시도하게 된 것일까. 황성빈은 "2루수가 베이스에 붙어 있어서, 처음에는 1~2루간으로 1루수가 앞으로 들어오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오늘 내게 몸쪽 직구 승부를 많이 하길래, 직구를 과감하게 노렸는데 파울이 되더라. 그래서 플랜을 바꿔서 2루수 위치를 봤다. 1루수가 앞으로 들어오고, 2루수가 베이스에 조금 더 빨리 들어갈 수 있게 댔는데, 결과가 잘 따라준 것 같다. 나도 살기 위해서 댔던 세이프티 번트였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싱긋 웃었다.
황성빈이 빛난 장면은 8회말 공격뿐만이 아니었다. 4-3으로 근소하게 앞선 8회말 1사 만루에서는 수비에서 1점을 막아냈다. LG 박해민이 친 타구를 잡아낸 뒤 홈을 향해 정확하게 뿌리면서 3루 주자의 태그업을 막아내기도 했다. 황성빈은 "(박)해민이 형이 컨택 위주의 타자이기 때문에 조금 앞에서 수비를 하고 있었다. 짧은 타구가 나오면 홈에 길게 던질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일단 공이 손에서 떠나고 나서는 어디로 가는지 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일어나니 팬들분들께서 환호를 들려주시더라. 그때 '3루 주자가 홈에 못 들어갔구나'라는 생각에 기분 좋게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이날 승리로 롯데는 3연승을 질주, 여전히 희미하지만 가을야구 경쟁을 이어가는데 성공했다. 황성빈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렇게 더운 날에도 팬분들께서 많이 찾아와 주시지 않나. '우리가 꼭 이기자. 그리고 기분 좋게 퇴근하자'라는 마음으로 하나가 돼서 했던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며 "앞으로 이겨야 할 경기가 많다. 체력적으로 힘든건 사실이지만, 시즌이 끝나고 쉬어도 늦지 않다. 선수들 모두가 쏟아붓는게 맞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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