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학교에서 보고 있었는데, 지금 유니폼 입고 택시 타고 바로 오라고…”
KBO가 현실적으로 모든 예비 신인을 신인드래프트 행사장에 초청할 순 없다. 지명이 유력한 상위 라운드 위주의 예비 신인들이 현장을 찾기 마련이다. 그런데 NC 다이노스가 11일 2025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서 지명한 선수가 현장에 없는 일이 발생했다. 경기상업고 내야수 유재현(18).
5라운드지만, NC가 김휘집 트레이드로 1라운드와 3라운드 신인을 못 뽑은 걸 감안하면 구단 마음속의 3라운드다. KBO는 지명을 예상하지 못했지만 NC는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올해 고교대회 23경기서 88타수 31안타 타율 0.352 24타점 19득점 20도루를 기록했다. 삼진을 아홉 차례 당하면서 사사구 12개를 얻어냈다.
NC 민동근 스카우트팀장은 유재현을 두고 “상위권 내야자원으로 분류된 선수다. 작년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올해 중간부터 페이스가 올라와 5라운드서 뽑을 수 있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가장 빠른 주력을 보유한 자원이다. 유격수, 2루수, 1루수, 넓게는 외야까지 소화 가능한 선수다. 공격력도 갖췄다. 공수주 모두 뛰어난 자원으로 판단해 지명했다”라고 했다.
유재현은 “지명된 오후 3시20분쯤에 연락을 받았다. 학교에서 애들이랑 보고 있었는데, 유니폼 입고 택시 타고 바로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냥 심장 쫄깃한 채 ‘언제 뽑힐까’, ‘뽑히면 좋겠다’, ‘뽑힐 수도 있을 것 같다’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NC는 나를 1년 동안 관심 있게 지켜본 구단이다. NC가 ‘내 이름을 부를까’ 계속 그 생각만 하고 있었다”라고 했다.
헐레벌떡 드래프트가 열리던 서울 잠실 롯데호텔로 와서 NC 구단과 취재진을 만났다. 유재현은 “택시를 타고 오는데 1시간 정도 걸렸다. 엄마는 엄청 울었다. 아직도 NC에 지명된 게 실감 나지 않는다”라고 했다.
본인도 멀티포지션 능력을 최대 이점으로 꼽았다. 유재현은 “포수, 투수 빼고 모든 포지션을 볼 수 있다. 1~2학년 때 외야수로만 나갔고, 올해 유격수와 2루수까지 봤다. 타석에서도 쉽게 죽지 않는다. 아웃되지 않고 끈질기게 어떻게든 살아나가는 선수다. 도루 능력도 있다”라고 했다.
NC에서 가장 만나고 싶은 선배는 간판스타 박민우다. 유재현은 “그냥 타석에서 모든 공을 정타로 만드는 컨택의 신이시다. 그런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 영상을 많이 찾아본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마추어와 프로는 많이 다르다. 피지컬이 안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단점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유재현은 이날 끝내 지명을 받지 못했다면 대학에 진학하려고 했다. “오늘 아침까지 대학 원서를 준비했다. 사지는 않았고 제출할 준비만 했다”라고 했다. 그런 유재현은 NC의 지명으로 인생을 바꿀 기회를 잡았다. 대학원서는 쓰레기통으로 갔다. 이제 유재현이 NC에 보답하는 일만 남았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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