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비밀번호 8-8-8-8-5-7-7'로 불렸던 암흑기가 되풀이 될 위기다. 롯데 자이언츠에게 남은 경기는 18경기. 그 중에서 필요한 승수는 13승.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까.
롯데 자이언츠는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 팀 간 시즌 14차전 홈 맞대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어느 쪽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정말 팽팽한 경기가 펼쳐졌다. 부활한 롯데 '안경에이스' 박세웅이 무려 7⅓이닝 동안 투구수 97구,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로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고, SSG 선발 드류 앤더슨 또한 6이닝 동안 투구수 98구,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투수전 양상의 경기가 펼쳐진 까닭.
선취점이 나온 것은 무려 7회였다. 롯데 선두타자 나승엽이 SSG 선발 앤더슨이 내려간 뒤 바뀐 투수 서진용을 상대로 안타를 뽑아내며 물꼬를 텄다. 이때 롯데는 대주자 장두성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는데, 후속타자 윤동희가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기회가 무산되는 듯했다. 하지만 박승욱의 타석에서 장두성이 2루 베이스를 훔치는데 성공하면서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가 안착했고, 박승욱이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롯데는 박세웅이 7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구승민이 바통을 이어받아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은 뒤 9회 김원중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그런데 첫 타자 박성한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생산한 뒤 오태곤과 이지영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면서 1, 3루의 위기가 만들어졌다. 이후에도 안정을 찾지 못한 김원중은 하재훈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더 큰 위기를 자초하게 됐다.
결국 경기는 원점이 됐다. 김원중이 이어지는 1사 만루에서 추신수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면서 1-1로 균형이 맞춰졌다. 그래도 후속타자 정준재를 좌익수 뜬공으로 묶어내면서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고,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가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롯데가 원하는 결과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연장 세 번의 공격 중 11회말 2사 1, 2루의 찬스를 손에 쥐었으나,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이 터지지 않으면서 결국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시즌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중요하지 않은 경기는 없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롯데 입장에서 그 어떤 팀과의 승부보다 승리가 절실한 경기였다. SSG 또한 5위 가능성을 놓고 경쟁을 펼치고 있었던 까닭. 특히 7위에 랭크돼 있는 SSG를 끌어내려야 롯데에게도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승리까지 아웃카운트 2개를 남겨두고 동점이 됐고, 결국 연장 승부에서도 리드를 되찾지 못하면서 패배만큼의 쓴 결과만 남게 됐다.
현재 롯데는 10개 구단 중에서 가장 적은 경기를 치렀다. 7일 경기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롯데에게 남은 경기는 18경기. 4월 일정이 종료됐을 때까지 유일하게 10승의 고지도 밟지 못할 정도로 부진했던 스타트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많이 이겨야 '가능성' 또는 '희망'도 살아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5일 KT 위즈, 6일 삼성 라이온즈에게 연이틀 무릎을 꿇은 뒤 7일 경기에서도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점점 희망은 옅어지고 있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중위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5할 이하의 승률로 시즌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시즌 티켓을 손에 쥐는 팀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시즌이다. 7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보더라도 4위 두산 베어스가 5할 승률을 기록 중이지만, 5위 KT는 승률 0.495에 불과하다. 그래도 5강 진출권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 승률이 5할이라고 가정했을 때 롯데 롯데가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몇 승이 필요할까.
7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롯데의 성적은 126경기에서 57승 4무 65패. 롯데에겐 18경기가 남은 상황. 롯데가 5할 승률을 맞추기 위해서는 남은 18경기에서 최소 13승 5패를 기록해야 한다. 무려 0.722의 승률을 기록해야 하는 셈이다. 만약 12승 6패로 남은 시즌을 마치게 될 경우 승률을 0.493로 현재 5위에 랭크돼 있는 KT에도 못 미친다. 따라서 최소 승리가 13승인 셈. 쉽지 않은 상황임은 틀림이 없다. 특히 최근 젊은 선수들이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연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13승은 더욱 어려워 보인다.
롯데는 올 시즌에 앞서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삼고 '명장' 김태형 감독에게 지휘봉을 안겼다. 하지만 시즌 초반부터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믿었던 카드들이 무너지는 등 결국 조금씩 가을야구와 멀어지고 있다. 남은 18경기에서 '최소 13승'이라는 기적을 일으키지 못할 경우 롯데는 '8-8-8-8-5-7-7'로 2001년부터 2007년까지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흑역사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굴욕의 반복이냐, 기적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롯데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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