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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바지를 올려 입었는데 안 좋아서…”
KIA 타이거즈 ‘1개월 알바’ 에릭 스타우트(31)는 7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서 자신의 하의가 아닌 제임스 네일의 하의를 입고 투구했다. 올 시즌 최고 외국인투수의 기운을 제대로 받았다. 스타우트는 이날 5이닝 5피안타 8탈삼진 3사사구 1실점으로 KBO리그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스타우트는 왜 네일의 바지를 입었을까. 바지를 챙겨오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았다. 의도가 담긴, 정말 네일의 좋은 기운을 받고 싶었던 것 같다. 그는 “지난 경기에 바지를 좀 올려서 입었는데 결과가 되게 안 좋았다(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4이닝 4피안타 6탈삼진 2사사구 5실점)”라고 했다.
그러면서 스타우트는 “사실 지금 사용하는 라커가 네일이 사용하던 라커다. 네일이 미처 정리를 하지 못한 나머지 바지를 발견했다. 그걸 내가 입고 던져도 되겠느냐고 네일에게 먼저 동의를 구하고 입었다”라고 했다.
사실 다른 사람의 바지를 빌려 입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은근히 찝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타우트는 개의치 않았다. 다행히 체격이 비슷해 바지가 잘 받았다. 네일의 바지를 입고 첫 승을 따냈으니, 다음 경기에도 네일의 그 바지를 입고 던지기로 했다.
스타우트는 “다음주 경기에도 입는다”라고 했다. 그랬더니 네일은 “그 바지를 가져라”고 했다. 스타우트는 “잘 빨아서 다음주에 말라 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심지어 스타우트는 6일 저녁에 네일이 식사를 자주 하는 곳까지 찾아가 식사를 했다고. 스타우트는 그 장소만큼은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정보가 새 나가면 다른 선수들이 찾아갈 것을 우려(?)했다.
어쨌든 스타우트는 1개월간의 아르바이트지만, 최선을 다해 좋은 투구를 하려고 노력한다. “KBO에서 오랫동안 뛰고 싶다”라고 했다. 정식 외국인투수로 재취업하는 게 꿈인 셈이다. 이날 포심패스트볼 최고 150km에 스위퍼, 커터, 체인지업을 섞어 호투했다. 단, 키움 타선의 위력이 리그 최상급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
스타우트는 “이제 3개국(한국, 미국, 대만)에서 모두 승리를 거둔 선수가 됐다. 투구수가 많았는데 최대한 내 장점을 마운드에서 살리려고 한다. 포심과 슬라이더 로케이션이 좋았다. 첫 경기는 긴장했는데 홈에서 응원해준 관중도 많아서, 좀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 미국보다 경기장 분위기도 더 좋은 것 같다. 스위퍼와 커터도 잘 들어갔다”라고 했다.
스타우트의 목표는 내년에도 KBO, KIA에서 뛰는 것이다. “우선 KIA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해야 한다. 열심히 뛰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KIA의 분위기가 좋다. 다음주에 여자친구와 부모님이 오는데 좋아할 것 같다. 여자친구와 부모님 앞에서 우승을 확정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KBO에서 오래 뛰고 싶다”라고 했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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