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왜 유독 기타 레슨 할 때 실수를 더 많이 하는 걸까.
몇 주 전에는 한 곡을 연주하고 휴 하고 숨을 몰아 내쉬었다. 잔뜩 긴장한 탓에 나도 모르게 연주 중 숨을 참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내 모습에 내가 다 놀랐다.
기타 좀 못 친다고 선생님이 나를 혼내는 건 아니다. 어릴 적 피아노를 처음 배울 때처럼 자로 손등을 때리지도 않는다.(그래서 내가 피아노를 조금 배우다 말았다.) 그런데 왜 잔뜩 긴장하는 걸까.
애초에 나는 불안 수준이 높은 편이다. 소위 말하는 ‘걱정을 사서 하는 사람’ 중 하나다. 선생님은 물론 누가 뭐라 하지 않는데도 실수할까 봐 지레 겁먹고 혼자 불안해한다.
‘한 주 동안 열심히 했는데, 또 틀리면 어떡하지?’, ‘이 부분은 계속 안 되는데 걱정이네.’
레슨 때마다 연주에 들어가기 전 이런 걱정이 앞선다.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오히려 혼자 연습할 때는 안 하던 실수가 나온다.
도도서가에서 주말 출간된 한덕현·김아랑 공저 <마음 단련>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이렇게 저렇게 실수할지도 모른다는 구체적인 걱정을 하는 행위는 이를테면 실패에 대한 리허설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실패에 주문을 거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물론 기타를 잡기 전에만 불안한 게 아니다. 어쩌면 이는 매우 소소한 일이다.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 당장 내일이 걱정이고, 하루하루가 불안하니 말이다. 산다는 건 불확실성의 연속이고, 불확실성은 불안을 유발한다. 비단 나만 그런 건 아닐 것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에 자영업자로 살면서 매일이 불안하다. 오래 공들여 준비한 새 책 <마음 단련>이 나왔으니 평소보다 더 불안하다.
그런데 같은 상황에서도 누구는 더 불안해하고, 누구는 덜 불안해한다. 왜 그럴까? 극도의 심리적 압박감을 받는 상황에서도 불안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 파리올림픽만 봐도 그렇다. 스포츠 선수들은 긴장과 불안을 어떻게 다룰까?
한덕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반인은 물론 30년 이상 스포츠 선수 심리 상담도 해오고 있다. 먼저 내가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마음 단련>을 다시 살펴보자. “불안을 조절하기 위한 첫 단계는 ‘받아들임’이다. 스스로 불안해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아랑 선수는 이렇게 덧붙인다. “처음부터 단단한 멘탈을 가진 사람은 없다. 모든 문제는 생각보다 단순해서 맨 처음 해결 방법을 배우면 다음의 다른 문제들도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불안은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이다. 그렇다면 잘 달래면서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요즘 나는 초조하고 불안할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아, 내가 지금 불안해하고 있구나’ 그러면 불안이 더 커지지 않는다. 신간 <마음 단련>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긴장과 불안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본다.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이지혜 기자 imari@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