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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오늘 하루도 잘 버텨냈다"
KT 위즈 조이현은 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15차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투구수 77구, 6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역투하며 무려 336일 만에 승리를 수확했다.
이날 이강철 감독은 경기에 앞서 조이현을 '오프너'로 기용할 방침을 드러냈다. 좋은 투구를 하다가도 상대 타순이 한 바퀴가 돌면 집중타를 허용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조이현의 특성과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을 때보다 중간 투수로 등판했을 때 성적이 더 좋은 원상현의 장점을 모두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사령탑은 "(원)상이는 선발을 준비하면 난리가 난다. 그런데 불펜으로 나가면 또 잘한다. 반대로 조이현은 한바퀴만 상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이현을 오프너로 기용할 뜻을 드러내면서도, 롯데전의 성적을 보고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조이현의 역대 롯데전 통산 성적은 9경기에서 2승 2패 평균자책점 2.77(26이닝 8실점)으로 매우 좋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도 지난 8월 10일 롯데를 상대로 5이닝 동안 2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좋은 투구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의 멍에를 썼다.
경기 시작부터 2점의 지원을 등에 업고 마운드에 오른 조이현의 스타트는 매우 불안했다. 선두타자 황성빈을 1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출발했지만, 후속타자 고승민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주자를 내보낸 까닭. 이후 손호영을 좌익수 뜬공으로 묶은 뒤 조이현은 빅터 레이예스에게도 안타를 맞았고, 폭투까지 범하며 2, 3루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실점은 없었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전준우를 1루수 뜬공으로 잡아냈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첫 이닝을 막아낸 뒤 자신감이 붙은 조이현은 2회 나승엽-윤동희-박승욱으로 이어지는 롯데 타선을 삼자범퇴로 묶어냈고, KT 타선은 2회초 공격에서 1점, 3회초 3점을 뽑아내며 전폭적인 지원을 안겼다. 이에 조이현은 3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황성빈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두 번째 위기 상황에 놓였으나, 고승민과 손호영을 모두 땅볼로 요리하며 순항했고, 4회초에도 무려 6점의 지원사격을 받으며 간격은 어느새 10-1까지 벌어졌다. 이에 이강철 감독은 조이현에게 계속해서 마운드를 맡겼다.
첫 실점은 4회였다. 조이현은 선두타자 레이예스에게 안타를 맞은 뒤 전준우를 삼진, 나승엽을 중견수 뜬공으로 막아내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았는데, 이어 나온 윤동희에게 우익수 방면에 2루타를 맞았다. 충분히 잡아낼 수 있었던 뜬공으로 보였지만, 우익수 김병준이 타구를 잡아내지 못한 것이 컸다. 하지만 흔들림 없이 후속타자 박승욱을 1루수 직선타로 잡아내면서 승리 요건까지 단 1이닝만 남겨두게 됐다. 그리고 조이현이 5회에도 마운드에 섰다.
조이현은 3회와 마찬가지로 선두타자를 잡아낸 뒤 또다시 황성빈에게 2루타를 맞으면서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를 내보냈다. 그러나 이번에도 결과는 같았다. 이어 나온 고승민을 유격수 뜬공으로 요리한 뒤 손호영까지 1루수 플라이로 잡아내면서 마침내 승리 요건을 확보했고, 12-2로 KT가 완승을 거두면서 지난 2023년 10월 5일 KIA 타이거즈전 이후 무려 336일 만에 선발 승리를 손에 쥐었다. 새로운 롯데 킬러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조이현은 약 1년 만에 거둔 승리에 대한 소감을 묻자 "승리보다 매 경기 열심히 던지려고 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오늘도 오프너의 느낌이었는데, 경기 초반에 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졌고, (감독님께서) 아무런 말씀이 없어서 계속 던졌다. 코치님께서는 '하나씩 더 갈 테니 조금만 더 집중해 달라'고 하셨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이닝을 거듭할수록 집중타를 맞는 경향이 짙지만, 투구수가 많지 않았고 점수차도 크게 벌어져 있던 상황에서 6회 등판이 불발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을까. 그는 "4회에 투구를 하던 중 다리에 근육이 올라왔었기 때문에 (6회 등판 불발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던 것 같다"며 다리에 대한 상태를 묻자 "지금은 괜찮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롯데전 통산 성적은 10경기 3승 2패, 평균자책점은 2.61로 더 떨어졌다. 조이현은 롯데전 호투의 비결을 묻자 "그런 건 없는 것 같다. 롯데 타자들이 다 좋기 때문에 정확하게 던지려고 했는데,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이전에도 롯데가 상승세 중인 상황이라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오늘은 1회부터 점수가 많이 나면서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며 '롯데킬러'의 수식어를 꺼내자 "그런 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모든 팀들을 상대로 잘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경기로 KT는 4위 두산 베어스와 경기 차를 없앴다. 이제는 정말 4위로 포스트시즌 티켓을 확보할 가능성이 마련됐다. 조이현은 "뿌듯함보다는 오늘 하루도 잘 버텨냈다는 느낌"이라며 "항상 잘 던지고 싶은 마음이지만, 매 경기 좋은 밸런스에서 나갈 수 없으니, 앞으로 또 이런 상황에 나가면 2~3이닝 잘 던지고 뒤에 나오는 투수에게 부담 없는 상황에서 잘 넘겨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강철 감독 또한 이날 "선발 조이현이 정말 좋은 피칭을 하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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