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최고로 잘해주고 있지 않나"
롯데 자이언츠 빅터 레이예스는 2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팀 간 시즌 13차전 원정 맞대결에 우익수,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2득점을 기록, 팀의 3연패를 끊어냈다.
롯데는 최근 몇 년 동안 외국인 타자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복덩이'로 불렸던 딕슨 마차도가 팀을 떠난 뒤 운동신경이 좋다던 DJ 피터스를 영입했으나, 85경기에 출전해 72안타 13홈런 타율 0.228 OPS 0.701을 기록하는데 머물렀다. 영입 때부터 약점으로 꼽혔던 정교함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에 롯데는 잭 렉스를 대체 선수로 영입, 56경기에서 32안타 8홈런 타율 0.330 OPS 0.905로 펄펄 날아오르며 고민을 해결하는 듯했다.
하지만 렉스와 동행도 오래가진 못했다. 이듬해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인해 55경기에서 50안타 4홈런 타율 0.246 OPS 0.683의 성적을 남기는데 그치면서 동행에 마침표를 찍은 까닭. 롯데는 다시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고 나섰고, 보스턴 레드삭스 트리플A에서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진 니코 구드럼을 영입하며 지난해 후반기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구드럼과의 동행은 악몽 그 자체였다.
메이저리거 시절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로 살아남을 정도로 탄탄한 수비력을 물론 다재다능함이 장점이었지만, KBO리그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시즌 막바지 순위가 모두 결정된 상황에서 타격감이 살아나기 전까지는 공격력도 실망스러움의 연속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사령탑으로 부임한 직후 찰리 반즈-애런 윌커슨까지 '원·투 펀치'에 대해서는 동행을 이어갈 뜻을 밝혔지만, 외국인 타자는 교체하겠다는 뜻을 단호하게 밝혔다. 그 결과 빅터 레이예스가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레이예스는 지난 2018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서 데뷔해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5시즌 동안 394경기에 출전해 321안타 16홈런 107타점 타율 0.264 OPS 0.673의 성적을 남긴 선수. 장타력이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지만, 정교함이 나쁘지 않은 편. 특히 2019시즌에는 6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4를 기록했다. 그리고 레이예스의 영입은 '대성공'을 넘어 '역대급'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KBO리그의 역사를 새롭게 작성할 지도 모른다.
레이예스는 3월 7경기에서 11안타 1홈런 3타점 타율 0.393 OPS 0.988을 기록하더니, 4월에는 30안타 3홈런 16타점 타율 0.333 OPS 0.864로 펄펄 날아올랐다. 외국인 타자의 경우 KBO리그에 적응할 때까지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레이예스에겐 해당되지 않았다. 특히 롯데가 시즌 초반 최하위권에서 허덕이고 있을 때 전준우와 함께 유이하게 '제 몫'을 해준 선수였다. 이후에도 꾸준한 성적이 이어졌다.
그 결과 레이예스는 전반기 80경기에서 출전해 109안타 7홈런 69타점 43득점 타율 0.346 OPS 0.884의 성적을 남겼다. 당시 타율 리그 7위(0.346), 최다안타 공동 3위(109안타), 2루타 3위(23개), 타점 4위(69타점)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김태형 감독은 전반기 MVP를 묻는 질문에 "레이예스가 너무, 정말 잘해줬다. 경기에서 거의 빠지질 않았지 않나. 다른 선수들도 물론 잘해줬지만, 레이예스가 너무 잘해줬다. 외국인 선수가 이렇게 전경기를 열심히 뛰어주는 것이 정말 고맙고 칭찬해 주고 싶다"고 칭찬했다.
레이예스는 8월 들어 성적이 조금 주춤한 모양새지만, 24일 롯데의 3연패 탈출의 선봉장에 섰다. 존재감은 첫 타석에서부터 폭발했다. 고승민의 안타, 손호영이 상대 실책으로 출루하면서 만들어진 1, 2루 찬스에서 삼성 선발 백정현을 상대로 1B-2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4구째 140km 직구를 잡아당겨 우월 스리런포를 쏘아 올리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이 한 방으로 팀 승리를 이끄는데는 충분한 활약이었지만, 5회에는 두 번째 안타를 터뜨린 후 홈을 밟으며 두 번째 득점까지 만들어내는 만점 활약을 펼쳤다.
현재 레이예스는 114경기에서 161안타를 기록 중. 지금의 흐름이라면 산술적으로 시즌이 종료됐을 때 203.4안타 페이스다. KBO 역대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인 서건창의 201안타를 경신할 모양새다. 내친김에 최다안타 타이틀과 기록 경신은 물론 타격왕까지도 노려볼 수 있을 기세다. 지금까지 수많은 외국인 선수를 경험했던 김태형 감독도 레이예스의 활약에 혀를 내둘렀다.
사령탑은 "레이예스에게서 가장 아쉬운 건 장타다. 외국인 선수들은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장타가 굉장히 필요하다. 대신 레이예스는 타율이 좋다. 최근 공을 따라다니는 모습이 있는데, 지금 용병들 중에서는 최고로 잘해주고 있지 않나. 200안타도 칠 수 있을 것 같다"며 지금의 활약에 "최고다. 어느 감독이건 '레이예스 쓸래?'라고 묻는다면, 모두가 쓴다고 할 것"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2할 후반대의 타율과 30홈런을 치는 선수보다는 3할 5푼 이상의 고타율을 꾸준히 유지하는 레이예스가 낫다는 평가. 김태형 감독은 "2할 8푼에 홈런 30개를 치는 선수보다는 3할 5푼을 치는 레이예스 쪽이 훨씬 좋다. 3할에 35홈런을 칠 수 있는 오스틴도 좋지만, (레이예스는) 3할 5푼의 스위치히터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역대급'으로 평가될 수 있는 외국인 타자를 영입한 롯데. 레이예스가 과연 시즌이 끝났을 때 200안타의 고지를 밟는 것은 물론 KBO리그 새역사까지 만들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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