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모터가 달린 게 아닐까.
지난 7월10일 서울 잠실구장. KIA 타이거즈가 1-2로 뒤진 9회초 2사 1루. 최형우가 LG 트윈스 마무리 유영찬에게 볼카운트 1B1S서 3구 149km 패스트볼을 통타, 좌중간 안타를 터트렸다. 그러자 1루 주자 김도영이 2루와 3루를 연거푸 돌아 홈까지 파고 들어 동점득점을 올렸다.
2사라곤 해도 김도영의 ‘미친 주루’가 승부를 바꾼 순간이었다. 유영찬은 허무하게 블론세이브를 범했고, ‘KIA 포비아’를 안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날 KIA는 연장 10회에 3점을 뽑으면서 LG에 5-2로 역전승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상황이 23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서 다시 일어났다. 이번엔 0-0이던 4회초였다. 김도영이 NC 에이스 카일 하트의 145km 패스트볼에 좌전안타를 쳤다. 2사 1루. 나성범이 1B1S서 하트의 슬라이더를 쳤으나 빗맞았다.
NC 중견수 최정원은 페이크를 썼다. 타구 성격이 애매했음에도 글러브를 들어 여유 있게 포구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김도영은 속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2사라서 야수의 페이크가 의미가 없었다. 어차피 2사에서 인플레이 타구가 나오면 무조건 자동 스타트다.
그럼에도 김도영의 주루는 경이로웠다. 나성범의 타구가 탄도가 높지 않았고, 최정원 앞에 뚝 떨어졌다. 그 사이 김도영은 2루와 3루를 재빨리 돌아 홈까지 파고 들었다. 최정원의 홈 송구가 부정확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간발의 차이로 홈에서 세이프 됐다. 김도영의 주력이 0-0의 균형을 깼다. KIA는 이날 4-17로 대패했지만, 김도영의 미친 질주는 볼거리였다.
이처럼 김도영의 최대매력은 운동능력과 재능의 결합이다. 현 시점에서 수비력이 다소 거칠다는 평가를 받지만 공수주 겸장 소리를 듣는 건 시간문제로 여겨진다. 운동능력은 누가 가르쳐줄 수가 없다. 2사라곤 하지만, 단타에 주자가 ‘스리 베이스’를 취하는 건 절대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김도영은 이날 모처럼 3번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이날 전까지 515타석으로 리그 최다 5위, 947이닝으로 리그 최다이닝 2위. 이범호 감독은 최형우가 옆구리 부상으로 빠진 상황서 모처럼 김도영에게 수비 휴식을 부여, 체력관리를 꾀했다.
그러나 김도영은 아무리 체력이 떨어졌다고 해도 역시 21세의 젊은 피다. 1루에서 2루와 3루를 연거푸 도는 모습을 바라보며 발에 모터가 달려있는 게 아닌지, 엉뚱한 상상을 할 정도였다. KIA에서 기동력으로 인정받는 박정우조차 이달 초 대전 원정에서 김도영과의 달리기 실력을 비교해달라고 하자 “난 도영이에게 상대가 안 된다”라고 했다.
창원=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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