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개발원 “車사고 경상 진료비, 10년간 140%↑…중상자 比 4.4배”

“부상 판단에 충돌시험 결과 등 활용해야”
염좌·긴장은 의료적 검사로 확인 쉽지 않아

[마이데일리 = 구현주 기자] 작년 자동차사고 경상자의 평균 진료비가 지난 2014년 대비 140% 증가했다. 중상자 평균 진료비 증가율(32%) 대비 4.4배나 높다.

25일 보험개발원은 경미한 자동차 사고 탑승자 부상 여부 판단에 충돌시험 결과 등 공학적 근거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자동차 사고 시 탑승자 부상 여부는 주로 의료적 판단에 의존한다. 경미한 사고에서 주로 발생하는 염좌, 긴장 등은 MRI 등 의료적 검사로도 명확한 확인이 쉽지 않다. 의료적 검사는 탑승자 현재 건강 상태를 판단할 수 있지만, 해당 사고와 부상의 인과관계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보험개발원은 경미한 사고를 재현하기 위해 10km/h 내외 속도로 충돌시험을 실시했다. 20~50대 성인 남녀 53명이 운전석과 조수석 뒷좌석에 탑승했다.

시험 결과 부딪힌 자동차 속도 변화는 0.2~9.4km/h로 상해 위험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탑승자는 시험 후 전문의 검진, MRI 촬영, 근전도·신경전도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 시험에 참여한 53명 중 병원 치료를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실제 경미한 교통사고 경험자도 공학적 근거 활용 필요성을 인정했다. 경미한 교통사고를 경험한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경미사고 대인 보험금 관련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1284명(85.6%)은 경미사고시 탑승자 상해위험 판단에 의학적 소견뿐만 아니라 공학적 근거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다. 가해자 540명 중 256명(47.4%)은 피해자가 과도한 치료를 받았다고 답했다.

보험개발원은 2021~2023년 경미한 사고 중 보험금 관련 소송이 제기된 50건에 가해자측 요청으로 상해위험 분석서를 제공했다. 48건은 법원이 증거로 채택해 보험금 지급 관련 분쟁 해소에 기여했다.

일레로 범퍼커버만 손상된 경미사고 피해자는 6년간 1600만원 치료를 받았다. 법원은 해당 사고 충격은 부상 위험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는 분석서를 인용해 위자료 50만원 지급과 치료 종결 판결을 내렸다.

허창언 보험개발원 원장은 “경미한 자동차 사고에서 보험금 특히, 진료비가 과도하게 증가해 보험료 인상 원인이 되고 있다”며 “공정한 보상을 통한 가해자와 피해자 간 분쟁 해소와 운전자의 보험료 부담 경감을 위해 사고 충격 정도 등 공학적 근거가 활용될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현주 기자 wint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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