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양현종 원조 후계자가 어둠의 터널을 벗어나나.
KIA 타이거즈는 근래 1차지명 혹은 1라운드 신인들을 잘 키웠다. 기본적으로 재능이 빼어난 유망주들을 잘 골랐고, 많은 노력을 통해 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독 이 선수는 잘 안 풀렸다. 2019년 1차지명자이자 ‘원조’ 양현종 후계자로 불린 김기훈(24).
양현종의 동성고 직속 후배라서 후계자로 불린 게 아니다. 입단 당시 향후 가능성, 실링을 따져볼 때 좌완 에이스 계보를 이을만한 선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야구도 인생도 역시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다. 김기훈은 여전히 1군에 자리매김하지 못했다.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22년 9월이 가장 강력했다. 중간계투로 5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1.04를 찍었다. 불펜 필승계투조로 성장해줘도 충분히 의미 있는 행보다. 그러나 김기훈은 2023시즌 29경기서 2승 평균자책점 4.60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상무에서 투구폼을 수정한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 결국 김기훈은 다시 폼을 수정하고 가다듬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올 시즌 도중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트레드 애슬래틱에서 1개월간 트레이닝을 받고 돌아왔다.
트레드 애슬래틱에서 다시 한번 투구 밸런스를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시즌 작은 표본이지만, 의미 있는 행보다. 7경기서 7⅔이닝 동안 8탈삼진 8사사구 3실점. 평균자책점 3.52. 7월31일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첫 경기서 ⅔이닝 1피안타 1탈삼진 5사사구 3실점으로 부진한 뒤 8월에 6경기 연속 무실점, 비자책 행진. 8월 6경기서 7이닝 6피안타 7탈삼진 3사사구 무실점.
22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서도 2이닝 1피안타 2탈삼진 1사구 무실점으로 좋았다. 5회 선두타자 손호영에게 초구 몸에 맞는 볼을 내줬다. 빅터 레이예스에게도 볼 3개를 잇따라 내줬고, 손호영에게 2루 도루까지 허용했다.
예전의 김기훈이라면 와르르 무너질 수 있었던 상황. 그러나 레이예스에게 바깥쪽 낮게 들어가는 슬라이더로 중견수 뜬공을 유도하더니 전준우를 145km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사실 약간 가운데로 들어갔지만, 구위가 워낙 좋았다. 이범호 감독은 김기훈이 스피드 대비 구위가 더 좋다고 바라본다.
이 경기를 중계한 SBS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은 김기훈이 예전의 윤영철처럼 투구 동작에 들어가기 전에 양 손을 분리해서 던진다고 지적했다. 힘을 모으기 힘든 동작이지만, 그래도 김기훈은 좌완치고 스피드와 구위에 경쟁력이 있으니 괜찮다. 대신 주자가 1루에 없을 땐 손을 더 위로 올린다고 지적했다. 힘을 싣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인다.
김기훈은 여전히 필승조는 아니다. 그러나 좀 더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내년에 필승조에 들어가지 못할 이유도 없다. 지금도 KIA 왼손 불펜은 최지민이 다소 좋지 않다. 이준영, 곽도규, 김대유가 분전하지만, 구위로 승부하는 타입이 아니다. 김기훈은 최지민과 함께 힘으로 승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펜의 짜임새를 더할 수 있는 카드다.
사실 여전히 선발투수의 가능성을 포기하기도 이른 시점이다. 이의리가 내년 상반기까지 정상 등판이 어렵다. 윤영철의 행보도 불투명하다. 황동하와 김도현이 분전하지만, 풀타임을 보장하는 카드들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김기훈이 선발진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
이래저래 KIA 마운드로선 김기훈이 내년이라도 메기효과를 일으켜주면 금상첨화다. 이를 위해 시즌 막판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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