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박승환 기자] "비가 와서 끝났다면 승복할 수 없는 상황"
KIA 타이거즈는 지난 2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12차전에서 6-5로 1점차 신승을 거뒀다.
KIA는 그동안 롯데를 상대로 상당히 열세였다. 사직에서는 무려 13점차로 앞서며 승기를 휘어잡았던 분위기를 유지하지 못하면서 15-15라는 충격적인 무승부를 기록한 바 있고, 이후 광주로 돌아온 뒤의 맞대결에서도 좋지 않은 흐름이 이어지는 등 21일 경기 전까지 상대 전적이 3승 1무 7패에 불과했다. 이에 이범호 감독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번 맞대결을 통해 설욕을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첫 날부터 날씨가 속을 썩였다. 20일 선발 황동하가 선취점을 내주며 경기를 출발했으나, 3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3점을 뽑아내는 등 3-1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리고 4회초 수비를 진행 중이었는데, 갑자기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챔피언스필드 전광판에는 '낙뢰주의'라는 글귀까지 등장했다. 폭우 속 그라운드는 순식간에 초토화가 됐고, 결국 심판진은 고심 끝에 '노게임'을 선언했다.
KIA 입장에서는 정말 야속한 비였다. 정식 경기로 성립될 때까지 남은 아웃카운트가 4개에 불과했던 까닭. 이범호 감독도 당시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사령탑은 "2B-2S의 상황이었다. 타자를 잡아내고 대기를 하는 것과 아닌 것은 다르다. 카운트 자체는 끝내고 중단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심판분들이 볼카운트에서 끝내줘야 다음 투수를 준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번개 이야기를 하시더라. 번개가 치는 상황에서 경기는 끝내는게 맞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아쉬움을 꾹꾹 눌렀다.
그런데 전날(21일) 또한 비로 인해 묘한 상황이 발생했다. KIA가 4-5로 근소하게 뒤진 7회초 선두타자 최원준이 롯데 2루수 고승민의 실책으로 출루한 뒤 김도영이 안타를 터뜨리며 무사 1, 2루의 기회를 잡았다. 동점을 넘어 역전까지 노려볼 수 있는 상황. 그런데 이닝이 시작될 때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가 굵어지자, 김태형 감독이 경기 중단과 관련해 한차례 어필했다. 그리고 4심이 그라운드에 모여들었다. 이때 이범호 감독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갔다.
이범호 감독 입장에서는 경기를 중단하지 않고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경기의 흐름이 KIA 쪽으로 넘어오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한차례 항의를 하고 이범호 감독이 복귀하자, 이번에는 김태형 감독이 그라운드에 나왔고 하늘을 가리키며 뜬공이 나올 경우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항의를 펼쳤다. 이에 심판진은 고심 끝에 심판진은 경기를 속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항의가 오가는 상황에서 빗줄기가 점점 굵어진 결과 중단이 결정됐다.
그래도 비가 KIA에 끼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 지난 20일처럼 비로 인해 경기가 종료되는 불상사는 없었고, 점차 빗줄기가 잦아들면서 경기가 진행된 결과 KIA가 6-5의 짜릿한 1점차 신승을 거두고 5연승을 질주했다.
이범호 감독은 22일 경기에 앞서 '하늘의 KIA의 편이었다'는 말에 "도와주실 때가 됐다. 롯데와 경기를 하면 뭔가, 비도 그렇고…"라며 "어제 마지막에 경기를 잘 풀어서 다행이다. 어제 경기를 보면서 선수들이 이기고자 하는 의욕이 눈에 보이더라. 오늘도 가장 좋은 투수가 나오지만, 우리도 (김)도현이의 컨디션이 좋기 때문에 잘 풀어보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이틀 연속 화를 내더라'는 물음에 "감독들의 입자에서는 다 똑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당시 경기를 더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뒤에 비구름이 더 있었다면 우리에겐 또 불리한 상황이 생길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해야 할 몫을 했다. 김태형 감독님도 수비를 할 때 공이 안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나는 내가 할 일, 김태형 감독님께서는 감독님이 할 일을 하셨다"고 설명했다.
만약 전날(21일)도 비가 멈추지 않고 쏟아졌다면, KIA는 강우콜드 패배를 당할 뻔했다. 그렇게 됐다면 이틀 연속 '억까'를 당하는 상황이었다. 꽃감독은 "심판분들이 중단을 하려고 모이길래 '이정도면 충분히 진행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소크라테스가 안타를 치고 동점을 만들면 서스펜디드 등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나. 그러나 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경기에서 질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처음에 비구름이 어떻게 있는지 보고 오겠다고 하더라. 그렇게 비구름이 있는지 보고 오는 1~2분의 찰나에도 경기는 진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기심이 (심판들에게) '본인이 판단해서 진행하면 된다'고 하니까 또 그라운드로 나오더라. 그리고 김태형 감독님이 나오니까 경기가 끊겼다. 몇 분이라도 경기를 더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도 우려하던 불사상사는 없었다. 이범호 감독은 "그렇게 몇 분을 왔다갔다 하면서, 비가 와 끝났다면 승복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오히려 못 쳐서 끝났다면 승복, 납득을 할 수 있다"며 "때문에 진행을 할 수 있을 땐 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해야 할 당연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말씀을 드렸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5연승을 질주하고 있는 KIA는 내친김에 6연승에 도전한다. 이날 KIA는 롯데 선발 찰리 반즈를 고려해 박찬호(유격수)-김선빈(2루수)-김도영(3루수)-소크라테스 브리토(좌익수)-나성범(지명타자)-이우성(우익수)-변우혁(1루수)-김태군(포수)-김호령(중견수) 순으로 이어지는 우타자 위주의 라인업을 구성했다.
광주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