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고려아연 측 유리한 안건들 가결…영풍 의결권 25.42% 제한
이사회 구성 '최 회장 측 vs 영풍·MBK 11대 4'로 재편
MBK·영풍 "반나절 짜리 상호주 제한"…법적 대응 장기전 예고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고려아연과 MBK·영풍 연합 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최윤범 회장 측이 승기를 잡았다. 최 회장 측에 유리한 안건들이 모두 통과되면서 이사회 과반을 유지하며 경영권을 지켜냈기 때문이다. 다만 MBK·영풍 연합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은 당초 오전 9시 개최 예정이었으나 중복 위임장 확인 등의 절차가 지연되면서 오전 10시를 넘겨서야 주주 입장이 시작됐고 오전 11시34분께 개회했다.
주총 의장인 박기던 고려아연 사장은 주총 시작과 함께 총회 성립 선언 전 상법 369조 제3항에 의해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526만2450주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된다고 밝혔다. 주총 개최 직전 영풍은 1주당 0.04주의 주식배당을 결의해 고려아연 해외 계열사인 선메탈홀딩스(SMH)와의 상호주 관계를 해소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장외매수를 통해 영풍 주식을 사들였고 영풍과 선메탈홀딩스의 상호주 관계를 복원했다. SMH가 10%대 지분율을 회복하면서 상호주 관계를 형성해 고려아연 의결권 25.4%을 제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영풍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MBK·영풍 측 법률 대리인은 주총 현장에서 "SMH가 보유한 영풍 지분율이 10%를 초과했다고 하는데 언제, 어떤 경위로 취득했나"라며 "상호주 제한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측 법률대리인은 오전 8시 54분에 잔고 증명서가 발급됐기에 절차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주총장에서는 의결권 제한을 두고 한때 주주들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주총에서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안 등 7개 안건을 처리했다. 최 회장 측은 상호주 제한 규정을 통해 영풍 지분 25.42%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한 채 표 대결을 진행했다. 고려아연은 주총 개최 직전 호주 자회사인 썬메탈홀딩스(SMH)가 영풍 주식 1350주를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10.03%로 끌어올렸다고 공시했다. 영풍이 전날 주식배당으로 SMH의 지분율을 9.96%로 낮춘 것에 대응한 조치였다. 당초 MBK·영풍 연합의 우호 지분율이 다소 높았지만 이날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되면서 15.5%로 축소돼 최 회장 측에 유리한 구도 속 표 대결이 진행됐다.
주총 핵심 안건이었던 '이사 수 19인 상한안'은 출석 의결권의 71.11% 찬성으로 가결됐다. 현재 제한이 없는 고려아연 이사회 이사 수의 상한을 19명으로 설정하는 것으로 최 회장 측이 제안한 안건이다. 이는 MBK·영풍 측이 이번 주총에서 17명의 신규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켜 고려아연 이사회를 단번에 장악하려 했던 의도였다.
이어 집중투표제로 표결이 진행된 이사 선임 표 대결에서는 최 회장 측 추천 후보 5명과 MBK·영풍 측 추천 후보 3명 등 총 8명이 이사로 선임됐다. 최 회장 측 후보로는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 권순범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김보영 한양대 교수 등 3명이 재선임됐고, 제임스 앤드루 머피 올리버 와이먼 선임 고문, 정다미 명지대 경영대학장 등 2명이 신규 선임됐다. MBK·영풍 측 이사 후보로는 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 부회장, 권광석 우리금융캐피탈 고문 등 3명이 신규 선임됐다. 현재 이사회 멤버인 장형진 영풍 고문과 함께 총 4명의 MBK·영풍 측 이사가 이사회에서 활동하며 경영에 관여할 수 있게 돼 소기의 성과는 얻었다. 이로써 주총 직전까지 최 회장 측 5명, MBK·영풍 측 1명으로 '5대 1'이던 고려아연 이사회 구조는 '11대 4'로 재편됐다.
이 외에도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 배당기준일 변경, 분기 배당 도입을 위한 정관 개정안,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도 원안대로 가결됐다. MBK·영풍이 제안한 의안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17인 선임의 건은 이사 수가 19인으로 제한되며 자동 폐기됐다.
1월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도입 후 이사 수 상한 정관변경 안건까지 가결되면서 MBK·영풍 측은 지난 임시 주총 때와 마찬가지로 법적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주총 직후 MBK·영풍 측은 "반나절 짜리 상호주 제한주장이라는 기형적인 상황이 연출됐다"며 맹비난했다. MBK·영풍은 "즉시항고와 효력정지 등 가능한 방법을 동원하고 법원에서 왜곡된 주주의 의사를 바로 잡고자 한다"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장기화를 예고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고려아연과 홈플러스 노조들은 MBK·영풍 연합의 행보를 규탄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문병국 고려아연 노조위원장은 "MBK가 그동안 노동자들을 처참하게 대우해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지만 MBK는 경영진으로서 어떤 일말의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면서 "홈플러스 대표이사이기도 한 김광일 MBK부회장은 슈퍼카를 10대 이상 보유하고 있다. 모럴해저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문 노조위원장은 "이러한 인물이 고려아연을 경영한다고 가정할 경우 고려아연에서 홈플러스 사태가 재연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며 MBK가 고려아연을 접수하려는 목적이 정말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1월 임시주총에 이어 이번 정기주총에 온 것도 MBK가 우리 고려아연과 근로자들을 돈으로밖에 보지 않는다는 점을 많은 주주분들께 상기하기 위함"이라며 "50년 넘게 근무한 고려아연이 MBK에 넘어가는 일이 일어나서는 결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자원안보를 뒷받침하고 글로벌 전략광물 공급망의 중심축으로서 역할을 계속 수행하면서 주주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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