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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예능프로그램의 MC가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더욱이 무려 13년간 시청자들과 함께 호흡해온 진행자라면,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함 그 이상의 친숙함’을 선사하는 존재가 될 터. 이 가운데 최근 MBN이 '속풀이쇼 동치미'(이하 '동치미')의 장수 MC 박수홍과 최은경의 하차를 결정하며 다시 한 번 대중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최근 MBN 측은 '동치미' MC 교체를 결정했다. 명분은 '개국 30주년 개편 차원'으로 전해졌다. 13년간 '동치미'를 이끌어온 박수홍과 최은경은 이미 마지막 녹화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결정에 시청자들과 작별할 기회도 채 마련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프로그램의 터줏대감이었던 두 MC가 마무리 인사를 못 하고 하차하게 된 것에 대해 시청자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장기간 자리를 지켜온 MC에게 최소한의 예우도 없이 하차를 통보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슷한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됐다.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26년 간 프로그램을 진행한 임성훈, 박소현의 하차를 결정한 뒤 시청자의 비판을 받았고, '런닝맨'은 원년멤버인 김종국·송지효를 교체하려다 거센 반발이 일자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이처럼 예능프로그램에서 MC 교체를 하려다 벌어진 논란은 새삼스럽지 않다. 해당 프로그램이 대중에게 안정감과 친숙함을 주는 데 장수 MC의 역할이 컸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어렵다. 하차 여부가 곧바로 시청률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지만, 기존 시청자층의 반발과 프로그램 이미지 훼손은 무시하기 힘들다.
문제는 방송사 입장에서 MC 변화 없이 프로그램의 체질 개선을 꾀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진행자가 있으면, “변화 없는 고인물”이라는 지적을 받기 쉽다. 반면 ‘강제 하차’로 이미지 쇄신을 시도하면, “충분한 예고 없이 쫓겨났다”는 비난이 따른다.
이번 박수홍·최은경 하차 또한 그러한 맥락에서 “프로그램의 긴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수 있으나, 오랜 MC들이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하고 물러나게 된 것은 좋지 않은 그림”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청자들이 특히 아쉬움을 표하는 것은, 대개 오랜 시간 함께한 MC들이라면 마지막 인사를 통해 서로에 대한 존중을 표하고, 프로그램과 시청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드러내는 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박수홍은 최근 가족사 등 힘겨운 시간을 보내온 터라, ‘동치미’ 안에서 보여준 솔직한 고백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런 그가 ‘예상치 못한 하차’로 불명확하게 프로그램을 떠나는 것은 시청자 입장에서도 허무함이 남는다. "오랫동안 함께해준 MC들이 따뜻하게 퇴장하는 모습조차 만들어주지 못하는가"라는 비판이 커진 배경이다.
어찌 됐든 박수홍·최은경의 하차가 확정된 '동치미'는 이제 새 출발을 앞두고 있다. 새 MC로는 김용만, 이현이, 에녹을 선택했다.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선택이 빚어낸 논란이 향후 예능프로그램들의 MC 교체 풍경에 어떤 시사점을 남길지 주목할 만하다.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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