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트럼프 "끔찍한 것 없애야"…'칩스법' 폐지 시사
한국에 거액 청구서…삼성·SK하이닉스, 7조 보조금 '위기'
관세·보조금·반도체법 '첩첩산중'…업계 셈법 복잡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에 한국 산업계가 좌불안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제정한 반도체법(CHIPS Act) 폐지 방침을 언급하면서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서만 대출 이자 세금을 공제하겠다고 언급하면서다.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투자를 그대로 추진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연방의회에서 진행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반도체 생산지원금(보조금)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법과 남은 것을 모두 없애야 한다"며 "우리는 수십억 달러를 주지만 아무 의미가 없다. 그들은 우리 돈을 가져가서 의미 있게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관세를 내고 싶지 않다는 것이고, 그래서 그들은 이곳에 와서 공장을 짓고 있다"면서 "반도체법을 폐지하고 남은 돈을 부채를 줄이거나 다른 데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보조금 지급해 투자를 유도하는 반도체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줄곧 취해왔다. 그는 다시금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기업에 보조금을 주지 않고도 투자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반도체법은 2022년 미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통과된 법안으로 반도체 산업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 내에 생산시설을 건립하는 업체에 527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반도체법을 "끔찍한 법"이라고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소프트뱅크,애플,TSMC 등은 대규모 대미 투자를 발표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관세를 내고 싶지 않기 때문에 미국에 와서 (공장을) 짓고 있고 다른 여러 기업도 오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들에게 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바이든 행정부와 보조금 계약을 체결한 한국 반도체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총 37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미 정부와 현지 전체 투자금의 약 12.8%에 해당하는 47억4500만달러(약 6조8900억 원)의 보조금을 최종 계약했다. SK하이닉스도 38억7000만달러를 투입해 인디애나주에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을 생산하는 반도체 패키징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4억5800만 달러(약 6700억 원)의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약속한 보조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1000억 달러(약 146조원)의 대미 투자를 발표하면서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 우리 반도체 기업에 미칠 영향이 커진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반도체법 폐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법이 폐지되려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트럼프 1기에서 추진한 반도체법을 2기 들어서 폐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초당적으로 통과시킨 법안을 한번에 없애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기업들의 대미 추가 투자 또는 보조금 축소를 위한 압박용으로 반도체법 폐지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고 있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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