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심혜진 기자] 한화 이글스 불펜 투수 정우람(39)이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정우람은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NC 다이노스와 경기서 선발 등판한다.
이날은 정우람의 은퇴식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1년부터 은퇴식을 치르는 선수에 한해 특별 엔트리 등록을 허용하기로 했다. 때문에 정우람 역시 이날은 1군 엔트리에 등록될 예정이다.
올해 플레잉코치로 등록된 정우람 잔류군 투수코치로서 후배들 지도에 나섰다. 선수로 나서기 위해 몸을 만들고자 했지만 끝내 1군 무대에 설 수 없었다.
더욱이 이날은 대전야구장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다. 1964년 1월27일 한밭종합운동장 야구장으로 개장해 올해 61년째가 됐는데, 내년부터는 신구장에서 경기가 펼쳐진다.
정우람이 선발 투수로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치르는 마지막 1군 경기의 대미를 장식하게 됐다. 지난해 10월16일 대전 롯데전(⅓이닝 무실점)으로 349일 만에 마운드에 오르며 1005경기를 완성하게 됐다.
2004년 2차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지명돼 프로 생활을 시작한 정우람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불펜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2016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은 정우람은 당시 불펜 투수 역대 최고 몸값인 4년 84억원에 계약하며 한화로 이적했다. 2020년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4년 39억원에 한번 더 계약하는데 성공했다.
정우람은 군 복무 기간인 2013~2014시즌을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총 18시즌을 1군에서 활약하며 1004경기에 출전, 평균자책점 3.18, 64승 47패 145홀드 197세이브라는 기록을 남겼다.
1군에서 활약한 18시즌 가운데 15시즌을 50경기 이상 출전했고, 지난해 10월 2일 대전 NC 다이노스전에서는 KBO리그 투수 최초로 1000경기 출장의 대기록을 세웠다. 이어 10월 15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단일리그 투수 기준으로 아시아 역대 최다인 1003경기 출전 신기록까지 작성했다. '고무팔'이라는 별명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타이틀도 화려했다. 2008년과 2011년 홀드왕을 두 차례 차지한 정우람은 2018년 세이브왕에도 오르면서 홀드왕과 세이트왕 타이틀을 모두 석권환 리그 세 번째 선수가 됐다.
다음은 정우람과 은퇴 기자회견 일문일답.
- 야구장 올 때 기분은 어땠나.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기분이었다. 긴장도 많이 됐고, 1년 만에 대전야구장에 출근하는 날이었다. 슬프기도 했지만 설렜다. 어렸을 때 한국시리즈 1차전 앞두고 야구장에 출근하는 느낌과 비슷하기도 한데 뭔가 뭉클하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섞여있었다.
- 1005번째 경기서 선발 투수 느낌은.
▶서프라이즈했다.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고민하셔서 내린 결정이었다. 많이 놀라기도 했는데, 1004경기를 뛰는 동안 선발 경험이 한번도 없었다. 마지막 은퇴식 경기에서 제일 먼저 나갈 기회를 주셔서 감사 드린다. 선발로 나서는 거라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뒤에 있으면 시간이 많이 남아있을텐데 시간이 얼마 안남아서 그런지 선발 기분은 이런 기분이 있구나 싶었다.
- 은퇴 결정 후 주변 반응은.
▶5강 싸움을 하고 있어서 날짜를 많이 물어보셨다. 5강 싸움을 계속했더라면 제 은퇴식이 우선이 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내년으로 미뤄야겠다고 생각했다. 올해 하게 됐다. 주변에서는 많은 분들이 축하와 수고했다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
같이 뛰던 동료 선수들이 9년 동안 있었지만 동료들이 많이 축하해줘서 준비할 수 있었다.
- 은퇴 결심 후 어떤 생각을 했나.
▶(이 질문을 들은 정우람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한화 이글스에 2016년에 왔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대전에 왔는데 제일 먼저 생각났던건 9년 동안 팬분들을 많이 웃게 해드리지 못해서 많은 사랑만 받고가는거 같아서 제일 아쉬운거 같다.
- 오늘 처음 눈물을 흘리는 것인가.
▶오늘 아침에 눈물 많이 나더라. 은퇴사를 준비하면서 눈물이 많이 났다. 그동안 연락이 뜸했던 지인들, 같이 했던 친구들 등 마지막을 축하해줘서 눈물을 조금 흘렸던 거 같다.
- 나는 어떤 선수였다고 생각하나.
▶ 마운드에 꾸준히 많이 오르다보니깐 오래 하게 됐고 야구를 오래 하다 보니깐 사람들이 인정해줄 수 있는 나만의 뭔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렇게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너무나 많다. 한화에서 2018년 가을야구 결정지었을때 모든 프런트, 감독 코치님들이 너무나 기뻐하셨던 장면이 많이 떠오른다. 플레이오프에서 떨어지긴 했지만, 떨어졌을 때 고척에서 버스 뒤에서 선수들에게 고생했다고 얘기했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다(여기서 정우람은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 아시아 최초 1000경기 했을 때도 생각이 많이 난다. 관중들이 박수쳐주시고 후배들이 진심으로 축하해주셨을 때 기억에 많이 남는다.
- 고마운 분들도 생각이 많이 날 것 같다.
▶오래 함께 한 감독님, 다 아시다시피 김성근 감독님이 계시다. 김성근 감독님의 가르침과 저를 채찍질 많이 해주셔서 오래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든 것 같다. 한화에서 와서 가을야구 갈 수 있도록 마지막 투수로서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관리해주시고 이끌어주신 한용덕 감독님도 기억에 남는다. 올 시즌 김경문 감독으로 바뀌었지만 같이 생활하지 못한 부분도 아쉽다.
- 후배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
▶진심으로 형을 생각해줘서 고마웠고, 저 역시 후배들에게 진심으로 다가섰던거 같다. 진심이 모아져서 이렇게 은퇴식도 열게 됐다. 앞으로도 후배들을 응원할 것이며 진심으로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 최근 투수조 후배들의 파티를 했다고 들었다.
▶내가 이런 자리에 오는 게 맞나. 내가 후배들에게 진심으로 대했고, 같이 좋은 일 슬픈 일 함께 나누며 지금까지 세월을 보냈지만 결국에 선배로서 조금 더 좋은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조금 더 나은 여건을 만들어 주지 못해서. 이렇게 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고맙고, (이)태양이가 이렇게 해 줄 수 있는 선배가 있어서 고맙다고 하더라. 그 말이 기억에 남는다. 어쨌든 야구 선수로서 선배로서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자 찬사가 아닌가 생각한다. 태양이를 비롯해서 그 자리를 만들어 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 오늘 한 타자 상대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할 것인가.
▶현역때처럼 좋은 공 나오는건 거짓말이다. 마지막 순간을 팬분들 위해서 준비했는데 최대한 진심을 담아서 가지고 있는 모든걸 쏟아내서 한 타자에 모든걸 담아보겠다.
- 대전구장도 마지막 경기다.
▶1년 만에 출근했는데 막상 도착했는데 늘 왔던 것처럼 익숙했고, 반가웠다. 빨리 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 다행히 머지 않은 곳에 새 야구장이 생기게 되서 내년 내후년 항상 이곳에 야구장에 돌때면 이 향수가 그대로 전달될 것 같다.
- 플레잉코치를 했는데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나.
▶좋은 감독님, 코치님 보면서 배워왔는데 좋은 지도자라는건 없는거 같다. 좋은 지도자 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좋은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소통하고 진심으로 잘 되길 바람으로 하는게 좋은 지도자라고 생각하고 그런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공부도 필요하다. 공부도 해나갈 생각이다.
대전=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