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내년에도 꼭 좋은 모습 보여줬으면 좋겠다"
롯데 자이언츠 박진은 지난 2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팀 간 시즌 15차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투구수 83구, 4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역투하며 감격의 데뷔 첫 선발승을 손에 넣는 기쁨을 맛봤다.
시작은 불안했지만,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박진은 1회말 선두타자 김도영에게 우익수 방면에 3루타를 맞더니, 후속타자 최원준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선취점을 빼앗기며 경기를 출발했다. 하지만 이 실점이 마지막이었다. 박진은 윤도현을 128km 슬라이더로 삼진 처리한 뒤 이우성을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매듭지었다. 그리고 2회에는 선두타자 고종욱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박찬호의 3루수 땅볼에 선행 주자를 지운 뒤 변우혁을 삼진, 도루를 시도한 박찬호를 포수 정보근이 지워내며 지원 사격을 안겼다.
순항은 계속됐다. 박진은 3회 선두타자 한준수를 3루수 플라이, 김규성을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은 뒤 김도영에게 다시 한번 안타를 맞았으나, 최원준을 우익수 뜬공으로 묶어냈다. 이어 4회에는 윤도현-이우성-고종욱으로 이어지는 타선을 삼자범퇴로 요리하며 가장 깔끔한 이닝으로 데뷔 최다 이닝을 경신했다. 흐름을 탄 박진은 처음으로 5회에도 모습을 드러냈고, 박찬호와 김규성을 모두 슬라이더로 삼진 처리하는 등 이렇다 할 위기 없이 KIA 타선을 잠재우며 승리 요건을 갖췄다.
마무리까지 완벽했다. 박진은 여유 있는 투구수를 바탕으로 6회에도 마운드에 등장해 선두타자 김도영을 129km 슬라이더, 최원준을 127km 포크볼로 연속 삼진 처리한 후 윤도현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임무를 완수했다. 최고 147km의 빠른 볼(31구)와 슬라이더(45구)-포크볼(5구)-커브(2구)를 적절이 섞어 던지며 KIA 타선을 단 1실점으로 막아낸 박진은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와 함께 승리까지 확보하며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박진은 지난 2019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전체 38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 선수로 이전까지는 기회도 많이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확실히 달라졌다. 불펜으로 시즌을 소화하며 로테이션에 구멍이 생길 때마다 선발 후보로 꾸준히 거론될 만큼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선발 변신은 신의 한 수가 되고 있다. 데뷔 첫 선발 등판이었던 지난 11일 인천 SSG 랜더스전(3⅔이닝 무실점)에서 경쟁력을 드러내더니, 25일 첫 퀄리티스타트와 승리를 맛보며 기분 좋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최고의 투구를 던진 만큼 김태형 감독은 26일 경기에 앞서 박진을 2025시즌 선발 후보로 점찍었다.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어떠한 이유로든 선발진에 구멍이 생기기 마련. 선발 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사령탑은 "어제(25일)는 잘 던졌지만, 공 자체도 좋더라. 구속도, 변화구도. 내년 시즌을 구상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내년에도 선발로 준비를 하느냐'는 물음에 "5명으로 시즌을 다 치를 수는 없지 않나. 그러니 선발로 준비를 할 것"이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김태형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신 있게. 후회하고 내려오지 말라'고 하는 편이다. 본인의 공을 던지고 맞으면 느끼는게 있지만, 본인의 공을 못 던지면 얼마나 후회스럽고 답답하겠나. 어제는 정말 공을 던질 때 보니까 진짜 좋더라. 공 자체가 좋았다. 중간 투수로 뛰면서의 경험이 도움이 되고 있고, 선발로 나가면서도 느꼈던 점이 있을 것이다. 일단 공을 때리는 타점도 밸런스도 좋다. 지금의 좋은 감을 유지하고 잘 준비해서 내년에도 꼭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동안 수많은 선수를 봐 온 명장이 이례적으로 드러낸 '바람'이었다.
박진의 가장 큰 단점(?)은 좋은 체격 조건에 비해 구속이 빠르지 않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김태형 감독은 "그건 선수와 감독도 그렇고, 타자들이 장타를 치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러나 구속을 올려리고 욕심을 내다가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롯데는 올해도 고군분투했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시즌 초반의 극심한 부진과 부상자 속출이 너무나도 뼈아팠다. 하지만 시즌 막판 박진의 호투는 2025시즌을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임은 분명했다. 또 한 명의 유망주를 제대로 찾은 롯데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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