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선수시절부터 차기 감독감이었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 현역 시절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감독은 역시 김기태 전 감독이다. 이범호 감독은 김기태 감독의 야구관과 자신의 야구관이 가장 비슷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선수들을 위한 야구, 그러면서 팬들을 기쁘게 하는 야구를 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2017년 KIA를 통합우승으로 이끈 김기태 전 감독이 25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를 방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서 가진 한국시리즈 출정식을 기념해 시구에 나섰다. KIA는 7년 전 우승 사령탑의 좋은 기운을 받은 동시에, 최대한의 예우를 갖췄다.
심재학 단장이 이날 시구 행사 섭외에 꽤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현장에서 이범호 감독도 김기태 전 감독을 살뜰하게 모셨다. 이범호 감독은 지난 2월 감독 선임 당시는 물론이고. 지난 17일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날에도 김기태 전 감독에게 추석 안부전화를 드렸다며 끈끈한 인연을 과시했다.
궁금했다. 김기태 전 감독은 이범호 감독을 어떻게 바라볼지. 인터뷰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김기태 전 감독이지만, 이범호 감독에 대한 애정이 상당했다. KIA에 대한 언급은 현재 사령탑이 아니니 최대한 자제한 반면, 야구인 이범호에 대해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기태 전 감독은 이범호 감독을 두고 “판단력, 팀을 장악하는 힘을 100% 알 수는 없지만, 선수들과 소통이 잘 되니 팀워크가 좋은 것 같다. 현장만 잘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선수단, 프런트, 팬들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범호 감독은 훨씬 나보다 한 수 위”라고 했다.
2017년과 2024년의 전력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는 절묘하게 우회했다. 김기태 전 감독은 “벌써 오랜 시간이 흘렀다. 좋은 추억만 기억에 남는다. 우리 선수들이 그때 대단했다. 이범호 감독도 어려운 상황도 있었지만, 올해 잘 넘어가더라. 이젠 어린 감독이 아니다. 경험도 쌓였으니 더욱 클 것이다. 한국시리즈까지 좋은 기운이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했다.
특히 이범호 감독이 잠실에서 열린 2017년 한국시리즈 5차전서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터트린 좌월 그랜드슬램은 지금도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김기태 전 감독은 “만루홈런이 나오고 오랜만에 점수 차가 많이 나는구나 싶었다. 기억 난다. 감독입장에서 광주까지 와서 이긴다는 보장이 있으면 굉장히 좋은데…한국시리즈 우승 기회가 그냥 오지 않는다. 그것도 컸다”라고 했다.
선수 이범호에 대해선 분명하게 말했다. 김기태 전 감독은 “선수시절부터 굉장했다. 선수로서도 차기감독감이었다. 그때부터 선수들을 다독거리고 팀에 희생하고 그랬다. 그때 몸도 별로 안 좋았을 텐데 웬만하면 뛰었다. 그걸 젊은 선수들이 보고 배웠으니, 지금 감독하고 그러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김기태 전 감독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취재진에 KIA 선수들과 이범호 감독을 다시 한번 잘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젠 KIA에서 한 발 떨어진 야구인이지만, 고향 팀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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