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그림을 만들어보자.”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우천취소된 22일 광주 NC 다이노스전부터 중~고교 시절 라이벌이자 친구 김도영과 윤도현(이상 21)을 1~2번 테이블세터에 놨다. 김도영이야 40-40에 도전 중이니 우승 확정 직후 의도적으로 리드오프로 기용한다.
윤도현의 2번 기용이 파격이다. 이범호 감독은 2군 총괄코치 시절부터 윤도현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왔다. 김도영과 똑같이 2022년에 입단했으나 부상이 잦았다. 올해도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서 펄펄 날다 내복사근을 다쳤고, 퓨처스리그를 뛰다 중수골을 골절 당했다. 입단 3년만에 양손 수술을 받았다.
동갑내기이자 고교 시절 라이벌, 친구의 테이블세터 기용은 철저히 ‘9월 한정판’이다. 김도영은 한국시리즈에 다시 3번 타자로 돌아간다. 윤도현은 잔여경기가 끝나면 한국시리즈 엔트리 경쟁을 넘어, 2025시즌에 1군 백업 경쟁부터 해야 하는 상황. 아직 두 사람의 위상은 매우 큰 차이가 있다.
그래도 굉장히 매력 넘쳤다. 23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서 나란히 3안타를 쳤다. 특히 윤도현은 데뷔 첫 안타를 친 경기서 3안타를 신고한데 이어 데뷔 첫 타점도 올렸다. 건강한 윤도현의 타격재능 역시 대단함을 알 수 있었다.
윤도현은 “도영이가 홈런을 쳐서 너무 기뻤다. 첫 타석에서 도영이 응원가에 내가 힘을 받아서 집중했다”라고 했다. 그렇게 윤도현은 기분 좋게 경기에 임했다. 단, 경기 전에 미리 얘기한 부분이 있었다. 우선 김도영이 40도루를 채워야 하니 자신이 2루로 뛸 때 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윤도현에게 했다.
실제 김도영은 이날 시즌 40번째 도루를 했다. 윤도현은 또 다른 타석을 언급하며 “도영이가 열심히 뛰어서 나도 안타를 칠 수 있었다. 어제는 1~2번으로 나가는 걸 보고 그림을 만들어보자고 했고, 홈런치면 서로 껴안자고 얘기했다”라고 했다. 윤도현도 김도영이 있어서 데뷔 첫 선발 출전경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윤도현은 김도영을 두고 “같은 팀이 되고 나서 자극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 친구로서 너무 대단하다. 나도 좋은 모습을 보여야 되겠다는 생각은 했다. 도영이란 친구가 있어서 내게도 큰 도움이 된다”라고 했다.
윤도현은 어떻게 보면 프로 입단 후 3년차가 되기까지 잘 안 풀린 케이스의 대명사지만, 밝은 표정이었다. 힘들었다는 말은 했지만, 씩씩했다. 그는 “팬들이 기대를 많이 해줘서 보답하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욕심 부리지 않고 안타 1개만 치자는 생각이었다”라고 했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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