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상위권 팀들을 상대로 걱정스러운 건, 역전승이 많았다.”
KIA 타이거즈가 7년만에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직행을 일궈낸 원동력 중 하나가 희한하게도 2위만 만나면 매우 강했다는 점이다. 위기마다 2위와 맞붙어 2승1패 혹은 3승을 일궈내니 1위 수성에 숨통을 틀 수 있었다.
실제 삼성은 올 시즌 2위를 확정한 삼성 라이온즈에 11승4패, 3위 LG 트윈스에 13승3패다. 이 24승에 역전승이 상당히 포함돼 있다. 대등하게 가거나 밀리던 경기를 7~9회 혹은 연장서 뒤집어 짜릿한 역전승을 챙겨 흐름을 제대로 탔던 기억이 생생하다. 팀 타율 3할(0.301, 리그 1위)을 자랑하는 타선의 힘이다.
그런데 이범호 감독은 이를 두고 ‘걱정’이라고 했다. 한국시리즈서도 그런 KIA 특유의 저력을 기대하는 게 무리인 것일까. 강팀이 아니면 그런 저력을 기대할 수조차 없다. 여기서 이범호 감독이 다시 한번 보통의 초보 감독과 결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은 같은 야구지만 사실 완전히 다르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정규시즌은 1~5선발이 돌아가며 선발 마운드에 오른다. 필승조가 연투를 하면 추격조가 나간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은 그런 게 없다.
매 경기 1~3선발이 나간다. 추격조는 30인 엔트리에 있어도 벤치에서 박수만 치는 경우가 많다. 타자도 투수도 철저히 정예멤버, 이길 수 있는 멤버들이 경기에 나간다. 당연히 어느 정도 지고 있어도 필승조가 나간다. 지면 곧 탈락이고, 시즌 끝이기 때문이다. 정말 큰 점수차가 나야 추격조가 모습을 드러낸다. 경기를 풀어가는 문법이 완전히 다르다.
때문에 포스트시즌서 드라마틱한 역전승이 나오는 경우는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팀에서 가장 강한 투수가 나가기 때문에 선취점을 얻는 팀의 승률이 정규시즌보다 훨씬 높다. 초반에 주도권을 잡는 팀이 이긴다는 얘기다.
KIA가 정규시즌서 상위권 팀들을 상대로 역전승이 많았던 건 반대로 초반과 중반까지 주도권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다. 사실 KIA는 선발진이 가장 걱정이다. 실제 정규시즌서 4~5월 윌 크로우와 윤영철의 시즌아웃, 캠 알드레드의 부적응에 의해 불펜 과부하가 심했다. 경험이 적은 황동하와 윤도현이 긴 이닝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는 건 무리가 있었다. 냉정히 선발진이 9개 구단 타자들을 압도한 수준이 아니었다. 양현종이나 제임스 네일이 나와야 초반에 주도권을 잡는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네일마저 9월에는 없다.
한국시리즈에 네일이 2개월만에 선발투수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경기력은 사실 가늠하기 어렵다. 에릭 라우어가 최근 좋은 흐름이지만, 역시 검증이 더 필요하다. 정말 냉정히 보면 확실한 카드는 양현종 하나다.
때문에 한국시리즈서 KIA가 좋은 경기를 하려면 타자들이 초반부터 상대 선발투수들을 잘 공략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 KIA는 정규시즌을 마치고 한국시리즈까지 약 3주간 쉰다. 실전 감각 문제가 반드시 발생할 전망이다. 이범호 감독으로선 이런 부분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
이범호 감독은 “상위권 팀들을 상대로 걱정스러운 건 역전승이 많았다. (한국시리즈서)타이트한 경기를 할 때 역전승을 계속 할 수 없다. 아무래도 선발투수 공략을 어떻게 해야 할지 확실한 대비가 필요하다. 중간투수를 공략해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쉽지 않은 시리즈가 될 것이다. 선발투수에게 어떻게 점수를 내느냐가 중요하다”라고 했다.
감독이 아니라 마치 제3자, 해설위원으로 KIA를 바라본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냉정했다. 이범호 감독은 “앞으로 분석팀과 얘기를 많이 해봐야 한다. 정규시즌과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질 확률이 높다. 정규시즌과 똑같이 준비하면 안 된다. 안 좋았던 부분, 좋았던 부분을 다시 보면서 준비하겠다”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KIA는 정규시즌 후 3주간 시간을 보내며 타자들이 감각을 최대한 잃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가을에 제대로 된 스파링파트너를 찾는 게 쉽지 않다. 이범호 감독도 그 얘기를 했다. 결국 자체 청백전, 라이브 시뮬레이션 등을 최대한 많이 소화할 전망이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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