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언제적 뺑뺑이냐며 욕 엄청 먹었는데…”
JTBC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 몬스터즈의 김성근 감독은 소문을 듣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일전에 방송에 직접 나왔을 정도다.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과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이 앞으로 한국야구를 이끌어가고,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으라고 이승엽 감독에게 덕담했다. 물론 승자가 몬스터즈와 ‘진짜’ 한국시리즈를 하면 되겠다고 농담도 곁들였지만.
김성근 감독이 그런 얘기를 했던 건 두산과 삼성에 부임한 두 40대 중반의 젊은 감독이 엄청난 훈련량으로 개개인과 팀의 업그레이드를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실제 두 사령탑은 휸련의 양보다 질, 효율이 중시되는 현대야구의 트랜드에서 약간 벗어났다.
어쨌든 삼성은 성과를 냈다. 박진만 감독 부임 첫 시즌이던 2023년엔 8위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 정규시즌 준우승을 차지하며 3년만에 가을야구에 초대를 받았다. 3년 전에도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삼성이 올해 가장 눈에 띄는 건 수비다. 2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빼고 팀 실책이 79개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적다. 최다실책의 KIA(140개)에 거의 2분의 1 수준이다. 팀 홈런 180개로 1위를 달리는 것 역시 고무적이긴 하지만, 많은 전문가가 올해 삼성이 예상 외로 2위를 차지한 기본 밑바탕은 데니 레예스, 코너 시볼드, 원태인의 1~3선발과 수비라고 단언한다. 경험이 적은 선수가 1군 주축으로 대거 등장했으나 수비에 견고함이 있다.
박진만 감독은 23일 경기를 앞두고 “신진급 선수들이 너무 좋은 활약을 해줬다. 김영웅이 이렇게 홈런을 펑펑 칠 것이라고 예상 못했다. 김지찬도 포지션을 바꾸면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어느 정도 적응하면서 기량 이상의 성과를 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진만 감독은 “캠프에서 뺑뺑이를 돌렸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와줬다. 주위에선 ‘언제적 뺑뺑이 하냐’고 하는데, 그런 선수들이 그렇게 해줬고, 연습경기를 많이 하면서 전패하다시피 하고 그랬다. 욕도 엄청 먹었는데 연습량과 훈련량으로 신진급 선수들이 올라왔다”라고 했다.
현대야구는 양보다 질, 트레킹데이터의 과학화에 따른 효율적인 훈련을 지향한다. 삼성은 결과적으로 양과 질 모두 쫓았고, 성공했다는 평가다. 결국 야구는 이미지트레이닝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수비 같은 경우 반복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는 훈련량 자체를 많이 가져가길 바라지 않는 지도자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박진만 감독은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감독을 처음 하면서 캠프 때 훈련량이 많았다. 땀을 많이 흘렸다. 우리가 하위권 평가를 받아서 선수들이 자극을 많이 받은 것 같다. 그러면서 더 열심히 뛰어다녔다. 준비한 것들을 본인들이 활용을 많이 했다. 승부욕도 올라왔고, 그래서 2위까지 왔다. 내가 뭘 한 것은 없다”라고 했다.
삼성은 야수진 신구조화가 좋다는 평가다. 젊은 타자들이 공수겸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일각에선 올 시즌을 기점으로 2010년대 초~중반 왕조 시대 이후 시작된 암흑기를 완전히 청산할 것이라고 바라본다. 삼성은 다가올 포스트시즌의 최대 다크호스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