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경험이 있어도 구위가 떨어지면…”
삼성 라이온즈가 예상을 뒤엎고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한 건 원태인, 대니 레예스, 코너 시볼드가 이끄는 선발진, 베테랑 박병호, 강민호, 구자욱의 기둥 역할, 이재현과 김영웅, 김지찬 등 젊은 타자들의 기대 이상의 선전에 탄탄한 수비력이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그러나 박진만 감독을 여전히 고민스럽게 하는 게 불펜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김재윤, 임창민 등을 영입했고, 시즌 도중 송은범까지 영입할 정도로 불펜 보강에 열을 올렸다. 불펜 평균자책점이 2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제외하면 4.92로 3위이긴 하다. 그러나 4점대 후반이라는 객관적, 절대적 수치 자체가 고민이다.
특히 오승환이 시즌 중반부터 급격히 흔들리면서 박진만 감독의 불펜 운영이 상당히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오승환은 8월 중순에 한 차례 재정비 기간을 가졌다. 이후 1군에 돌아와 마무리가 아닌 셋업맨으로 나갔다. 그러나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게 고민이다.
오승환은 22일 대구 키움 히어로즈전서 ⅔이닝 4피안타 1탈삼진 1볼넷 6실점(비자책)하며 또 무너졌다. 올 시즌 58경기서 3승9패27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4.91. 불펜투수가 4점대 후반의 평균자책점이라면, 심지어 그 주인공이 오승환이라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1~2년 전부터 구위가 예전만 같지 않다는 평가는 계속 있었다. 그래도 오승환은 포심 비중을 줄이고 변화구 비중을 늘려 나름대로 생존 본능을 보여줬다. 그러나 결국 포심으로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하니 한계에 부딪히는 모양새다.
박진만 감독은 23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솔직하게, 그리고 냉정하게 오승환의 현 상태를 설명했다. 구속은 변함 없지만, 구위가 많이 떨어졌으며, 그 원인은 종속이 예전만 못하다고 들었다. 회전수 등 각종 2차 데이터가 당연히 악화됐을 것이다. 그 누구보다 노력을 많이 하는 선수지만, 나이를 무시 못한다는 게 박진만 감독 설명이다.
박진만 감독은 “지금 구위로는 플레이오프에 가기 어렵다”라고 했다. 여차하면 오승환 없이 포스트시즌을 치르겠다는 계산이다. 오승환을 추격조로 쓰거나 선발투수로 돌리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고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진단이다. 1이닝용 셋업맨으로 경쟁력을 올리지 않으면 가을야구는 못 간다.
그래도 오승환에게 앞으로 약 3주간의 시간이 있다. 이 기간에 구위를 끌어올리면 극적으로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들어갈 가능성은 있다. 오승환 이슈를 제외해도 불펜이 고민이라는 게 박진만 감독의 얘기였다.
삼성은 2위를 확정했다. 28일 대구 LG 트윈스전으로 시즌을 마친다. 현 시점에선 플레이오프 1차전은 10월 12~13일 정도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시즌 종료 기준으로 2주, 현 시점 기준으로 약 3주간의 시간이 오승환에게 주어졌다.
박진만 감독은 “포스트시즌은 경험이 중요하긴 한데, 경험이 있어도 구위가 떨어지면 어쩔 수 없다. 기간이 있기 때문에 투수파트를 고민하고, 상의하면서 구상해야 할 것 같다. 포스트시즌에 들어가기 전에 연습도 하고, 그걸 관찰해야 한다. 타자들에게 확인을 해야 할 부분도 있다. 타자들에게 얘기를 들어볼 때 느낌이 있을 것이다. 그걸 참고해야 한다”라고 했다.
정규시즌 종료 직후 2주간 당연히 자체 연습, 연습경기 등을 할 것이다. 이때 오승환의 구위를 타자들 포함 다각도로 확인해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넣을지 말지 결정하겠다는 얘기다. 오승환에게 운명의 3주가 이미 시작됐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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