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준비해서 한번 올리겠다고 했는데…”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21일 광주 NC 다이노스전부터 운영 기조를 180도 바꿨다. 한국시리즈 모드다. 주축멤버들에게 휴식을 주고, 한국시리즈 엔트리 30명에 들어갈 옥석을 가리는 시간이다. 자연스럽게 미래까지 내다볼 수 있다.
최근 주축 멤버들 대신 1군에 올라온 선수들은 최지민, 윤영철, 윤도현, 고종욱, 최정용이다. 그리고 김호령이 23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1군에 등록된다. 이들 중 최지민과 윤영철은 올라올만한 선수가 올라온 케이스다. 고종욱은 대타, 최정용은 내야 전천후 백업이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가 윤도현(21)이다. 김도영의 중~고교 시절 라이벌이었고, 2022년 2차 2라운드 15순위로 입단했다. 그러나 2022년 삼성과의 대구 시범경기서 뜬공을 처리하다 김도영과 부딪혀 중수골 골절을 당하면서 ‘부상의 늪’에 빠졌다. 올해까지 3년간 제대로 뛴 시간보다 부상으로 재활한 시간이 훨씬 길었다.
흥미로운 건 이 선수의 재능이 김도영의 라이벌이란 수식어로 보듯 예사롭지 않다는 점이다. 전임단장은 2022년 기장 스프링캠프에서 KT 위즈를 상대로 힘 있게 밀어서 우전안타를 치는 윤도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보통의 신인타자에게 절대 보지 못하는 타격이라며 칭찬했다. 올해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서도 맹타를 휘두르며 다시 한번 재능을 과시했다. 물론 또 부상으로 주저앉았지만.
운동능력은 김도영이 ‘넘사벽’이다. 그러나 타격재능만큼은 김도영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2군 총괄코치를 역임했던 이범호 감독 역시 윤도현을 높게 평가했다. 21~22일 취소된 광주 NC전을 앞두고 윤도현을 올 시즌 도중 1군에 올릴 타이밍을 봤으나 여의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결국 그 타이밍이 지금이다. 이범호 감독은 윤도현을 21일에 곧바로 5번 3루수로 내보내려고 했다. 심지어 22일에는 2번 3루수로 배치해 김도영과 테이블세터로 묶었다. 심지어 “도영이를 보고 자극을 받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윤도현이 잔여 6경기서 계속 이런 식으로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범호 감독은 ‘건강한’ 윤도현의 경기력을 체크하면서, 미래의 KIA 타선을 구상하는 기회를 갖는다. 특별히 윤도현을 언급한 것을 보면, 결국 1군에서 승부를 봐야 할 선수라고 본 듯하다.
그런데 흐름이 좀 묘해졌다. 애당초 윤도현의 1군 콜업은 한국시리즈와 큰 연관은 없어 보였다. 어쨌든 아직 1군에서 전혀 보여준 게 없는 선수다. 반면 이범호 감독은 1년 내내 1군에서 고생한 선수들을 되도록 한국시리즈에 데려가려고 한다.
어쩌면 윤도현이 한국시리즈 30인 엔트리에 들어갈 여지가 생겼다. 22일에 올 시즌 내내 내야 전천후 백업으로 기용되던 홍종표가 말소됐기 때문이다. 홍종표는 현 시점에서 한국시리즈 출전이 불투명하다. 유격수, 2루수도 가능한 윤도현이 잔여 6경기서 좋은 인상을 심어주면 내야수 백업으로 한국시리즈에 갈 가능성이 있다.
한국시리즈 엔트리는 30명이다. 그러나 30명이 전부 적극 중용되는 건 아니다. 무조건 철저히 이겨야 하는 경기. 대단히 보수적인 선수기용이 이뤄진다. 특별한 변수가 아니라면 선수기용 폭 자체가 넓지 않다. 윤도현이 한국시리즈에 간다면 어쩌다 1~2경기 기용되는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한국시리즈의 맛을 보는 것과 보지 못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윤도현에게 이번 1군행 및 잔여 6경기가 매우 소중한 이유다. 베일에 쌓인 잠재력과 현재 기량, 김도영과 테이블세터로 나설 경우 시너지가 실제로 어느 정도일지 지켜봐야 한다. 이범호 감독은 “이제 몸 관리를 잘 해서 잘하면 좋겠다”라고 했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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