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7월부터 저희가 안 넘어지는 걸 보고…”
KIA 타이거즈는 윌 크로우~양현종~제임스 네일~이의리~윤영철로 개막 5선발을 꾸렸다. 리그 최강이라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그러나 9월이 되자 여기서 양현종을 빼면 전부 사라졌다. 이의리가 4월 초, 크로우가 5월 중순, 윤영철이 8월 초, 네일이 8월 말에 차례로 빠져나갔다. 전부 부상이었다.
막강타선의 힘으로 달려왔지만, 장기레이스의 근간은 역시 선발진이다. 결국 이범호 감독의 임기응변과 판단 및 실행력, 심재학 단장을 앞세운 프런트의 적시 지원이 어울려 팀 전력 하락을 최소화했다. 우선 크로우와 이의리의 공백을 황동하와 캠 알드레드로 메웠다. 그러나 알드레드가 장단점이 뚜렷하자 에릭 라우어를 데려왔다. 그리고 윤영철 공백을 김도현으로 메웠다.
이범호 감독은 황동하와 김도현에게 확실하게 믿음을 심어줬다. 사실 지금도 꾸준히 5~6이닝을 2~3실점으로 막는다는 확신이 드는 선발은 아니다. 기복이 있는 편이다. 그러나 임시 선발체제가 계속되면 불펜과 타선까지 피로도 및 부담이 생길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게 통했다. 아울러 황동하와 김도현을 확실하게 믿어주면서 기량 향상을 꾀했다.
이범호 감독은 17일 인천 SSG 랜더스전서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뒤 “올 시즌을 하면서 이렇게 너무 많은 시련 주시는 거 아닌가 싶었다. 부상선수가 1명씩 계속 늘어났다. 투수들이 빠져나간 게 가장 큰 위기였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크로우가 나갈 때 큰 위기다, 의리 나가니까 큰 위기다, 영철이 나가니까 큰 위기다 싶었다. 여러가지가 조금 걱정됐는데 선수들이 자리를 잘 메워줬고, 부상 선수들이 다시 돌아올 때 팀 강해지고 그런 걸 보면서 쉽게 무너지는 팀은 아니구나 싶었다. 그때부터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같이 하면 이길 수 있겠다 싶었다. 7월부터 우리가 안 넘어지는 걸 보고 이렇게 가더라도 성적 낼 수 있겠구나, 자신 있게 했다”라고 했다.
선발진의 위기 속에 야수진에서도 계속 크고 작은 부상자가 나왔다. 그럴 때마다 풍부한 뎁스의 힘으로 잘 버텨냈다. 그 과정에서 선수들과의 소통, 유대관계를 좋게 하는데 힘썼다. 마음껏 자기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데 집중했다.
이범호 감독은 “플레이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 나는 어떤 선수가 그 자리에서 활약할 수 있는지 도움을 주는 역할이다. 우리 선수들 경우, 내가 이 팀에 14년간 있으면서 느끼는 건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어느 한 경기 실패해도 2~3경기서 이기는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역 때, 코치 때부터 그런 걸 봤다”라고 했다.
이는 KIA가 올해 유독 뒷심이 좋아진 원동력이다. 이범호 감독은 “선수들과 유대관계를 좋게 만들고, 플레이를 마음껏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 1회부터 9회 언제나 찬스를 잡으면 점수를 낼 수 있다. 자신감을 갖고 타석에 들어갈 수 있다. 벤치 선수들도 칠 수 있다. 긍정적 마인드, 좋은 생각을 만들어주려고 했다”라고 했다.
물론 선수들을 넣고 빼는 것 자체는 힘들었다고. 이범호 감독은 “선수 넣고 빼는 게 힘들다. 투수 바꾸는 타이밍, 대타 타이밍, 선수가 못 쳤을 때, 실책할 때, 본헤드 플레이를 할 때 벤치에 불러들이는 게 제일 힘들었다. 그럴 때 선수들을 잘 빼면서 선수들과의 관계가 틀어지지 않게 노력했다. 그러면서 마움도, 케미스트리도 잘 맞아 들었다”라고 했다.
초보 사령탑이란 세간의 지적에 대해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범호 감독은 “누구나 초보 사령탑을 거친다. 초보 사령탑이라는 게 생각해보면, 누구나 한번 겪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5~10년 뒤 돌아보면 이 감독이 어떤 감독이었는지 기록에 남는다. 초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경기에 이길 수 있을까 그 생각만 했다. 처음이면 실패도 하고 성공도 하지만, 난 성공으로 먼저 시작했다. 앞으로 감독 생활을 하면서 절대 방심하지 않고 지금 생각하는 모습 그대로 잘 준비하면 매년 좋은 성적을 내는 팀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인천=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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