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마음 단련│저자: 한덕현·김아랑│도도서가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다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번역가 조민영] 나는 압박감에 약하다. 특히 시간적 압박은 나에게 불안 스위치와 같다. 일단 ‘시간이 촉박하다’는 암시에 걸려 이 스위치가 켜지면 어깨가 굳고 생각도 굳는다. 몸과 마음이 굳으니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글을 쓰거나 번역 마감을 해야 할 때 되도록 시간에 쫓기지 않도록 여유를 가지려 애쓴다. 하지만 변수는 언제나 생기게 마련. 이번처럼 마감 기간과 추석 명절이 겹치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시간만 흘려보내는 일이 다반사다.
하물며 긴장과 압박, 부담과 냉정한 평가에 항시 노출되어 살아가는 운동선수들은 어떨까. 얼마 전 막을 내린 2024 파리 올림픽만 봐도 그렇다. 결정적 순간에 승패를 가르는 건 실력보다 정신력이라고 할 만큼 선수들은 매 경기 숨 막히는 접전을 펼쳤다.
체력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선수들은 어떻게 내면의 부정적 목소리를 잠재우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을까. 그런 능력은 타고나는 걸까 아니면 체력처럼 기를 수 있을까. 기를 수 있다면 그 방법은 무엇일까.
스포츠 정신의학 전문의 한덕현 교수와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아랑 선수가 함께 쓴 책 〈마음 단련〉에 그 답이 있다. 저자는 먼저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우리를 안심시킨다. 또한 처음부터 단단한 멘탈을 가진 사람은 없다고 우리를 다독인다. 그러면서 마음 단련은 불안과 긴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불안과 그로 인한 두려움을 직시하려면 ‘자기 신뢰’가 있어야 한다. 진정한 자기 신뢰는 자만심이나 무조건적인 긍정과는 다르다. “자만심은 지금의 자신은 받아들이지만, 미래의 자신을 발전시키거나 변화시키려 하지 않고 현재만을 유지하려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자기신뢰는 자기 정체성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확립된다. ‘불안에 휘둘리지 않고 결국 해내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마주하는 데서 출발한다. 현실 인식은 정체성 확립의 핵심이고, 정체성 확립은 강한 멘탈의 밑거름이다.
우리는 객관적인 자기 점검으로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할 수 있다. 강점을 키우고 약점을 보완하며, 위기와 변수에 대비하는 것. 즉 강한 멘탈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이 일련의 과정은 자신의 강점을 계발하는 일과 일맥상통한다. 실력 없이 강한 멘탈을 가진 사람은 없다.
하지만 실력을 키우려 열심히 노력해도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럴 때 집중력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라고 조언한다. 집중력 있는 연습은 실전에서 성과로 이어지고, 거기서 우리는 ‘불멸의 자기효능감’을 맛보게 된다. 자기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극도의 압박에서 자기 신뢰의 끈을 놓지 않고 제 실력을 발휘한다.
또 한 가지 ‘나만의 루틴을 만들라’는 팁도 유용하다. 루틴은 징크스와 비슷하지만 좀 더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행동이다. 루틴은 운동 효과를 높이는 준비 작업이다. 일관성이 잘 유지된 루틴은 낯선 환경에서도 평소와 비슷한 분위기를 만들어, 긴장을 풀어주고 집중력을 높여준다.
하지만 마음 근육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만이 마음 단련은 아니다. 뜨겁게 달군 철이 담금질이라는 ‘식힘’ 과정을 거쳐 비로소 강철로 완성되듯, 김아랑 선수는 힘 빼기의 중요성과 멈춤의 필요성도 빼놓지 않는다. 어쩌면 마음 단련은 언제 힘을 주고 힘을 뺄지 조절하여 마음의 유연성을 키우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한덕현 교수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놓지 말라고 당부한다. 결국 문제 해결의 열쇠는 내 안에 있다는 말이겠다. 살이 찌고 건강이 나빠지면 우리는 운동을 생각한다. 그렇듯 불안을 담대하게 마주할 수 있도록 마음 단련도 당연한 일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번역가 조민영. 세 아이가 잠든 밤 홀로 고요히 일하는 시간을 즐긴다. 월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번역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번역가 조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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