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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 박승환 기자] "내려오라고 할 때까지 던질 수 있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박진은 1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 팀 간 시즌 16차전 최종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 동안 투구수 56구, 4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2연승의 선봉장에 섰다.
지난 2019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전체 38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은 박진은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데뷔 첫 시즌에는 1군에서 2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9.00을 기록, 군 복무를 진행하는 등 2023시즌 또한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9.00의 성적을 남기는데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시즌 초반부터 김태형 감독으로부터 꾸준히 기회를 받는 중이다.
박진은 지난 3월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00으로 나쁘지 않은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4월 3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21.60으로 크게 부진하면서 2군으로 내려가는 등 우여곡절의 시간을 겪었다. 하지만 6월부터 세 번째 1군의 부름을 받은 박진은 8경기에 등판해 11⅔이닝을 소화, 평균자책점 0.77로 활약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7월에도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하며 경쟁에서 살아남는데 성공했다.
그러던 중 선발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8월 30일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5이닝 6탈삼진 무실점 투구를 펼쳤던 정현수가 이후 두 번의 등판에서 제구 난조를 겪으며 어려움을 겪자, 김태형 감독은 박진에게 선발 기회를 줄 뜻을 밝혔고, 11일 SSG를 상대로 등판이 확정됐다. 1승, 1승이 중요한 상황. 하지만 박진의 투구 내용은 기대 이상이었다. SSG의 '에이스' 김광현보다 훨씬 훌륭한 투구를 선보였다.
1회에는 긴장을 했던 탓일까. 박진은 선두타자 정준재에게 안타,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볼넷을 내주며 무사 1, 2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그러나 금새 안정을 찾더니 최정을 1루수 파울플라이로 돌려세우며 큰 산을 넘었고, 이어 나온 한유섬을 중견수 뜬공으로 묶어내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2, 3루에서 하재훈에게는 144km 직구를 위닝샷으로 던져 삼진으로 이닝을 매듭지었다.
큰 위기를 넘긴 박진의 투구는 점점 깔끔해졌다. 2회에는 선두타자 박성한을 3루수 파울플라이로 잡아낸 뒤 이지영에게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박지환과 오태곤에게 포크볼을 구사해 연속 삼진을 뽑아내며 이닝을 매조졌고, 3회에는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에레디아에게 안타를 허용했으나, 최정을 병살타로 묶어내며 순항했다. 그리고 박진은 전폭적인 타선의 지원과 여유 있는 투구수를 바탕으로 4회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박진은 첫 타자 한유섬을 삼진으로 요리, 후속타자 하재훈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늘려나갔다. 그런데 후속타자 박성한에게 3구째 직구를 공략당해 좌익수 방면에 안타를 맞았고, 이때 롯데 벤치가 움직였다. 박진의 훌륭한 투구에 주형광 코치는 마운드를 방문하기 전부터 미소를 지었고, 이닝을 매듭짓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던 박진도 아쉽지만 만족하면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박진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나균안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으면서, 박진의 무실점 투구를 완성시켰고, 이날 롯데 타선은 장단 14안타를 몰아치며 SSG를 10-2로 완파하며 7위 자리를 탈환, 5위 두산 베어스와 격차를 3경기로 좁혀내는데 성공했다. 이날 승리의 선봉장에는 박진이 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입단 6년 만에 첫 선발 등판. 떨리진 않았을까. 박진은 "많이 떨렸다. 선발이라는 것을 알고 준비하는 과정도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긴장을 했었다. 지난주 사직에서 SSG와 경기를 할 때 선발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준비를 했다. 그래도 계속해서 경기에 출전하고 있었기 때문에 준비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던 것 같다"며 "선발 후보로 내 이름이 먼저 나온다는 것은 감독, 코치님께서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감 있게 준비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박진은 "1회 안타를 맞고, 볼넷을 내줬을 때 어차피 첫 선발이고, 내가 점수를 주더라도 타자들이 뽑아줄 것이라고 믿고 자신 있게 들어가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솔직히 (4회) 내가 끝내고 싶기도 했지만, 감독님과 코치님이 4회에 교체를 한다면 그게 맞는 것이기 때문에 아쉽지만 마운드를 내려왔다. 아무래도 이렇게 길게 던진 것은 또 오랜만이기 때문에 조금 지쳐 있었지만, 그래도 이닝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은 강했다"고 설명했다.
데뷔 첫 선발 등판이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에서 부담은 없었을까. 박진은 "던질 때는 그걸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생각을 하다 보면 혼자서 움츠러들면서 또 결과가 안 좋게 나올 것 같았다. 최대한 그 생각은 버리고, 한 이닝씩 막는다는 생각으로 던졌다"며 선발 욕심에 대한 물음에는 "선발에 대한 마음도 있지만,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어디서든 기용해 주신다면, 그 역할에 맞게 열심히 던질 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진의 가장 큰 장점은 도망가지 않는 피칭. 데뷔 첫 선발 승과 연이 닿진 않았으나, 이날도 적극적인 승부가 제대로 먹혀들었다. 박진은 "지금 팀이 중위권에 있는 팀들과 경기 차도 많지 않고, 가을야구를 목표로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며 "나도 (마운드에서) 내려오라고 할 때까지 던질 수 있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인천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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