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피곤하다'하는 순간 지고 내려가는 것
롯데 자이언츠는 9월 1일 두산 베어스와 맞대결에서 연장 12회 승부 끝에 승리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56승 3무 62패로 리그 7위에 머물렀지만,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손에 쥘 수 있는 5위 KT 위즈와 격차는 2.5경기에 불과했다. 물론 시즌 막바지 좁히기 쉬운 격차는 아니었지만, 10개 구단 중에서 잔여경기가 가장 많이 남은 롯데에겐 희망적인 상황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지난주는 악몽과도 같았다. 대구에서 삼성 라이온즈에게 무릎을 꿇으며 한 주를 시작한 롯데는 수요일(4일) 경기에서 5강 경쟁 팀이었던 KT를 7-5로 격파하며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목요일(5일) 선발 정현수가 볼넷을 남발하며 무너지더니, 다시 만난 삼성을 상대로도 무수히 많이 찾아온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2-7로 패했고, 주말 2연전에서는 SSG 랜더스를 상대로 1무 1패를 기록했다.
10일 경기 전을 기준으로 롯데의 성적은 57승 4무 66패로 리그 8위. 어느새 5위 KT와 격차는 4경기까지 벌어졌다.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적은 경기를 치렀지만, 자력으로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가 남은 15경기를 모두 승리하더라도, 5위 KT가 남은 12경기를 모두 손에 넣을 경우 승률에서 롯데가 KT를 앞설 수 없다. 따라서 포스트시즌 경쟁 팀들이 패배하기를 바라면서 조금씩 격차를 줄여나갈 수밖에 없다.
롯데가 지난주 1승 1무 4패로 허덕인 가장 큰 이유는 '경험'이었다. 현재 롯데 주전 라인업에는 '풀타임'을 소화해본 선수가 전준우에 불과하다. 올해 주축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는 윤동희, 고승민, 나승엽, 손호영은 물론 KBO리그 역대 최다 안타 기록과 함께 타격왕까지 노리고 있는 빅터 레이예스조차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시절 단 한 번도 풀타임을 소화한 적이 없다. 이런 경험의 부족이 여실히 드러나는 한 주였다.
체력적으로 부침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집중력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롯데는 지난 한 주 동안 무려 10개의 실책을 범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주루 플레이에서도 실수들은 쏟아졌다. 뛰어야 될 상황과 뛰지 않아야 될 상황을 구분하지 못하는 모습이 속출했고, 어떨 때는 개인 성적을 너무나 욕심내는 모습이 보이기도 할 정도였다. 게다가 어떻게든 '출루'를 목표로 둬야 할 상황에서 영웅 스윙으로 찬물을 끼얹는 모습도 적지 않았다. 이타적이지 않은 모습이 많았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를 뺄 수 없는 이유는 분명했다. 잔여경기에서의 성적에 따라 포스트시즌행 티켓을 손에 넣을 수도 있기 때문. 문책성, 경고성으로 선수단을 운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이 모든 것은 성장통으로 볼 수 있다. 수년 동안 시도했던 세대교체가 이제서야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나승엽, 고승민, 윤동희 등 향후 롯데의 주축이 될 선수들이 올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김태형 감독도 이같은 상황을 우려하긴 했다. 때문에 지난 8월 하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피로를 느끼면서 조금씩 몸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겨내야 한다. 고리타분하지만 옛날부터 야구를 할 때 '정신력, 정신력' 막 이랬지 않나. 근데 그건 진짜 맞는 것 같다. 백업으로 경기를 못 뛸 때는 얼마나 뛰고 싶나. 그런데 계속 경기를 나가니까 피곤하지. 그런데 '피곤하다'하는 순간 지고 내려가는 것"이라며 "선수들이 본인의 몸 관리를 잘해서 어떻게든지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령탑이 걱정했던 상황이 벌어졌고, 어느새 자력 포스트시즌 진출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는 상황. 그렇기 때문에 이번주 일정이 매우 중요하다. 롯데의 희망이 이어지느냐, 내년을 기약하느냐가 사실상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10일부터 LG 트윈스-SSG 랜더스-KIA 타이거즈와 각각 한 경기씩을 치른 뒤 한화 이글스와 주말 3연전에 돌입한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일정임은 분명하다.
가을야구 희망을 이어가느냐, '암흑기'로 불렸던 2001년부터 2007년까지 7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던 '8-8-8-8-5-7-7' 시절을 되풀이 하느냐가 결정될 한 주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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