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팬분들도 포기하지 않고 응원해 주세요!"
롯데 자이언츠 빅터 레이예스는 3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 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14차전 원정 맞대결에 우익수, 3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경기 초반부터 레이예스의 존재감은 빛났다. 레이예스는 1회 2사 1루의 첫 번째 타석에서 두산 '토종에이스' 곽빈을 상대로 3B-2S에서 7구째 바깥쪽 낮은 코스의 133km 체인지업을 공략, 우중간을 가르는 안타를 터뜨렸다. 2아웃 풀카운트 승부였던 만큼 1루 주자는 자동 스타트를 끊게 됐고,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지면서 이는 1타점 적시타로 연결됐다. 그리고 이 안타로 레이예스는 2015년 짐 아두치(165개)를 뛰어넘고 롯데 구단 외국인 선수 최다 안타 기록을 작성하게 됐다.
활약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레이예스는 2-0으로 달아나는데 성공한 3회초 1사 2, 3루에서 다시 한번 곽빈과 맞붙었고, 이번에는 150km 직구를 받아쳐 두 명의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후 레이예스는 세 번째 타석에서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으나, 8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네 번째 타석에서 두산의 바뀐 투수 홍건희에게 세 번째 안타를 뽑아낸 뒤 대주자 황성빈과 교체됐다. 그리고 롯데는 레이예스의 안타로 마련된 찬스에서 대주자 황성빈이 두 차례 베이스를 훔치며 기회를 잡았고, 나승엽이 희생플라이를 쳐 승기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레이예스는 아두치의 기록을 뛰어넘고 새역사를 작성한 것을 아느냐는 물음에 "솔직히 전혀 몰랐다. 그저 오늘 이길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며 "최근에 타격감이 좋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만의 루틴이 있기 때문에 연습 때 이를 꾸준히 이어나간 결과가 오늘 경기에서 좋게 나온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활짝 웃었다.
레이예스는 롯데를 넘어 KBO리그 최고의 외국인 타자를 향해 성큼성큼 나아가고 있다. 31일 경기 종료 시점으로 레이예스는 시즌 168안타를 기록했다. 올해 유독 타고투저 현상이 두드러지는 편이지만, 리그 최다안타 2위를 달리는 중. 페이스로만 놓고 본다면 201.6개를 향해 달리고 있다. 지금의 흐름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면, 서건창(KIA 타이거즈)이 보유하고 있는 단일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넘어설 수 있다.
레이예스는 최근 타석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다소 부침을 겪었지만, 경기 중 김태형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의 도움을 받으면서 난관을 헤쳐나가는 중이다. 그 결과 빗맞은 안타가 많이 나왔던 레이예스는 이날 경기에서만 두 개의 정타를 뽑아낼 정도로 타격감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조언을 많이 해주셨고, 특히 오늘 타격 코치님들께서 옆에서 많이 도와주셨다.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레이예스도 사람이기에 최다안타를 넘어 200안타 타이틀을 의식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목표가 있기에 개인 타이틀은 2순위로 미뤄놓은 상황이다. 레이예스는 "인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나도 사람이라 주위에서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하지만 개인 성적보다는 5강에 드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목표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타이틀을 획득할 경우 사직구장에 이름이 새겨진다는 말에도 "새겨진다면 너무 좋겠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개인 기록에 대한 질문에는 심드렁했던 레이예스는 김태형 감독의 700승 달성에서 결승타를 친 것에 대한 물음에 가장 미소가 두드러졌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타이트한 상황에서 홈런으로 흐름을 확실히 끌고 와준 전준우와 꾸준히 출장해 주며 중심타선을 지켜주는 레이예스를 칭찬하고 싶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레이예스는 "700승이라는 게 굉장히 힘든 수치가. 감독님께서 얼마나 대단한 분이신지 알 것 같다. 그리고 내가 결승타로 보탬이 됐다는 것에서 너무 뜻깊다"고 함박미소를 지었다.
롯데를 넘어 KBO리그 역사에 남을 정도로 엄청난 외국인 선수가 함께하고 있는 롯데. 내년에도 레이예스와 함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 만큼 올해가 가을야구에 도전할 수 있는 적기다. 레이예스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는 "솔직히 우리만 잘하면 될 것 같다. 우리만 잘하면 충분히 5강에 들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하고 있으니, 팬분들께서 포기하지 않고 많이 이길 수 있도록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잠실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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